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컬럼

억지로 먹이는 건 사랑이 아니다

할 일은 많지만 무료한 토요일, 일요일이 버티고 있다는 안이한 믿음을 딛고 분연히 일어나 30여 년 전에 가보았던 서울 대공원으로 향했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니 풍선장수, 김밥장수, 아이스크림장수, 사주점장수까지 다양한 노점상들이 전을 벌려놓고 있었다. 민생고를 해결하기위해 두리번거리다가 햄버거 가게를 발견하고 주저 없이 들어갔다. 이번엔 KFC였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맥도날드효과’를 누리고 있는데 옆 좌석의 젊은 엄마와 아들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가만 보니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아들이 입에서 햄버거를 밀어내고 있었다. 엄마는 먹으라고 강요하고 아이는 안 먹겠다고 거부하고... 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가 안 먹으려 하는데 억지로 먹이는 그 엄마의 강제적 태도가 더 안 좋아 보였다. 아이가 토실토실하게 살이 쪘는데 안 먹겠다고 거부하는 햄버거를 억지로 먹여 기어코 비만을 만들겠다는 건가? 그 엄마의 행동이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남이라 뭐라 해줄 수도 없고, 여기 저기 구경을 다니면서, 요즘 읽는 소설『채식주의자』와 그 햄버거 엄마의 일그러진 자식 사랑이 머릿속에서 겹쳐서 돌아다녔다. 아이, 참 내 원.

 

 

 

 

 

'수필/컬럼 >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다큐  (0) 2016.05.29
관찰  (0) 2016.05.29
약어  (0) 2016.05.08
화엄의 계절  (0) 2016.05.05
로스쿨과 법당  (0) 201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