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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골든벨 쐐기문자 문제 오류

골든벨 쐐기문자 문제 오류

 엊그제(2014720일 일요일 저녁 7) KBS 1텔레비전 골든 벨을 보았다. 순천 팔마고등학교 편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퀴즈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도 즐겨보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인지 요즘은 그 내용이 좀 가벼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기야 공영방송에서 입시에 찌든 전국 고교생들에게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즐거운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깜찍하고 발랄한 이팔청춘들의 재치 있는 모습을 보는 일반 시청자들도 그들에게서 재미와 활력을 얻고 사랑과 응원의 마음을 보낼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엊그제 방송에서 문제 하나가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에 새겨진 문자의 명칭에 관한 문제였다. 문제의 내용은 고대 점토판에 새겨진 이 문자는 어떤 풀의 모양을 닮아 그 풀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인데 그 풀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정답은, 정답은 쐐기”, 즉 쐐기풀이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쐐기문자의 이름이 정말 쐐기풀에서 유래한 것일까?

 한편 약 1년 전 쐐기문자와 관련하여 나를 어리둥절하게 한 책도 있었다. 2012년 아카넷주니어 출판사에서 펴낸 어린이용 도서 도서관의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모린 사와 지음, 빌 술래빈 그림의 외국 책을 서은미 번역가가 옮긴 것으로 인류 최초의 도서관’(16)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메르인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 설형문자라고도 불리는 쐐기풀 모양의 초기 문자를 발명했습니다. 설형문자는 쐐기풀 모양 같아보여서 쐐기문자라고도 합니다. 그들은 축축하게 젖은 점토로 직사각형 모양의 납작한 판을 만들어서 거기에 설형문자를 새겨 넣었는데 쐐기풀처럼 생긴 이 기호는 단어의 음절을 표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설형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이 딱딱하게 굳을 때까지 불에 굽거나 햇볕에 말렸습니다. ...”

참으로 친절한 설명이라서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면 위의 설명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형문자(楔形文字)는 영어의 cuneiform characters를 번역한 말이므로 먼저 영영사전에서 cuneiform을 찾아보니 “shaped like a wedge”로 되어 있다. wedge의 뜻을 영어사전에 찾아보니 “wedge 갈라놓다 쐐기 웨지 끼어들다 조각으로 풀이되어 있다. 국어 단어인 설형(楔形)()문설주, 쐐기, 쐐기질하다의 의미이고, 설형은 쐐기의 모양이며 쐐기란 물건과 물건 사이의 틈에 박아서 사개(상자 따위의 네 모서리를 요철형(凹凸形)으로 만들어 끼워 맞추게 된 부분. 또는 그러한 짜임새)가 물러나지 못하게 하거나, 물건의 사이를 벌리는 데 쓰이는 납작하고 뾰족한 물건이라는 뜻과 쐐기나방의 애벌레그리고 쐐기풀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국어사전의 쐐기풀에 대한 설명을 보니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쐐기 : [식물] 쐐기풀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40~80센티미터 정도이고, 달걀 모양의 잎은 마주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여름에 연두색 꽃이 피며, 줄기와 잎에 폼산이 들어 있는 가시가 있어 찔리면 쐐기한테 쏘인 것처럼 아프다.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학명은 Urtica thunbergiana이다.”

이상을 정리해 보면 쐐기문자에서 쐐기楔形이라는 한자단어의 순우리말로서, 틈 사이를 메꾸는 납작하고 뾰족한 조각이라는 뜻이다. 벌레로서의 쐐기와 풀로서의 쐐기는 뾰족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벌에게 쏘이다처럼 쏘다혹은 쏘이다라는 어원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이제 쐐기문자의 뜻이 분명해졌다. 쐐기문자에서 의미하는 쐐기는 납작하고 뾰족한 조각을 가지고 점토판에 그려 글자를 새긴 것이므로 달걀모양의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나 있는 식물로서의 쐐기풀 모양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난 주 KBS 프로그램 골든 벨의 문제나 아카넷주니어출판사의 설형문자 설명은 오류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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