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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도서관을 넘어서

 

지난 5월 어느 일간지에서 도서관의 진화라는 글을 읽었다. 일본 규슈의 다케오시 공공도서관이야기였다. 다케오시는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지만 도서관을 민간에 위탁하고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하여 창의적 아이디어로 경영한 결과 이용자가 년 간 100만 명에 이르렀고 그중 60만 명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 기사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일본 도서관들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도서관계에서도 오래전부터 도서관에 행정이나 운영이라는 말 대신 경영이라는 용어를 접목, 사용해 왔다. 여기에는 도서관도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의도가 깊게 깔려 있다. 그리고 문헌정보학계나 도서관 현장에서 경영을 강조하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는 공공도서관을 민간위탁이나 시설공단 위탁방식으로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서관들에 경영이라는 말을 적용하기에는 아직 어딘가 2%, 아니 20% 이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왜 그럴까?

이러한 배경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의 질곡이 있었고, 경제발전과 산업화라는 시대적 지상 과제 앞에서 도서관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는 어려웠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건국 이후 국민의 높은 교육열은 신분상승과 취업에 집중되어 있었고 따라서 전국에 몇 안 되는 도서관들은 입시준비와 고시준비생들의 공부방으로서 왜곡된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우리 도서관들도 공공도서관의 경우 2000년에 400여개 관이었던 것이 2013828개관으로 늘어났고, 장서와 프로그램 등의 새로운 시도들을 진행해 왔다. 특히 2007년 대통령 소속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2009년 제1차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했고, 20141월 제2차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도서관의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목표대로 진행되더라도 OECD 주요국가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도서관들은 모든 면에서 무늬만 경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도서관에 대한 역할인식이 사회적으로 정상화 되어있지 못한 상황 속에서 인력의 전문성과 경영마인드의 부재, 오랜 동안 형성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등이 빚어낸 일종의 총체적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직영의 경우 도서관장 자리는 한직이며 도서관 업무는 사서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는 공무원 사회의 인식, 그리고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프로그램 운영 등이 도서관의 사회적 기능을 왜곡하고 있다. 민간위탁의 경우에도 공무원 정원 증원의 어려움을 회피하는 수단 내지는 퇴직공무원들의 전관예우 일자리로 활용되고 있다. 결국 들 돈 다 들이면서도 도서관의 기업적 경영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도서관들은 아직 직영이든 민간위탁이든 관료제 속에 안주하면서 일본 다케오시 도서관과 같은 파격적 경영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도서관들은 이제 뚜렷한 사명과 정책비전을 바탕으로 인력, 시설, 장서, 자료, 예산 등을 조화롭게 융합하여 계획, 실행, 평가의 선순환 사이클을 돌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도서관들이 진정으로 도서관의 역사적 본질과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우물 안 도서관의 한계를 넘어서 철저한 기업경영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인터넷 시대의 빅 데이터오픈엑세스서비스와 SNS 서비스로 정보경영의 네트워크를 확대하면서 평생교육, 사회복지 등 시대적 과제를 슬기롭게 창조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도서관은 이제 세계사회를 향해 용감하게 나서야 한다. 도서관은 이제 이 무한한 정보의 우주 속에서 새로운 기업가적 마케팅 마인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KDB 소식, 2014년 7월호, 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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