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수필

매형과 누이 그리고 나

순진무구의 매형

작가 누나

누나는 소설가다

멋져요 우리 매형

김치, 치즈 해도 웃질 않으니 누나가 갑자기 '잠지' 라고 해서 크게 웃었다.

누나의 웃음이 해학적이다

 


제 누나가 쓴  수필 한편 소개합니다. 

계룡산

무척도 좋다. 올려다보면 아득히 우아한 품위(品位), 굽이쳐 내린 능선의 곡선(曲線), 신선(神仙)중에서도 으뜸가는 기개 높은 신선의 자태라고나 할까, 맑은 기운이 가득 넘쳐 장엄하면서도 어질고 선하면서도 위엄을 갖추었으며, 천왕봉(상봉)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마시면 속세의 묵은 때가 말끔히 씻어지는 듯 머릿속이 그럴 수 없이 상쾌하다.

계룡산(鷄龍山)이란 이름은 닭이 용이 되었다는 뜻인가. 닭이 닭으로서 끝나지 않고 마침내 용이 되었다는 것은 빛나는 정신세계를 상징함이리라. 계룡산은 해발 828m, 봉우리로는 천황봉을 위주로 해서 연천봉, 삼불봉, 국사봉, 장군봉 등 여러 봉우리들이 불끈 불끈 솟아오르고 계곡을 흐르는 물 또한 암용추, 숫용추, 은선폭포 등이 절경이다. 나는 어설픈 시 한 수를 읊조렸다.

계룡산

白雲 휘어감은

계룡

우렁찬 고성(孤城)이

새벽을 일으켜 세웠네

봉우리마다

仙女

겹겹이 드리운 자락

날개옷 일렁이는 바람에

동이 트는 아침

한때 수십 가지의 종교가 난립했던 것도 산수(山水)가 그만큼 탁월했기 때문이리라. 내가 계룡산을 그토록 좋아하는 것은 내 유년의 꿈이 크던 곳이고 아버지의 일생(一生)이 담긴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 속에는 여기 한 집 저기 한집 새가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 듯 띄엄띄엄 몇몇 집이 살고 있었다. 나는 겉모양은 초라한 산골 아이의 형색이었지만 한 마리 새끼 노루처럼 山을 잘 탔다. 십 오리 학교 길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같이 달렸다. 음악 시간엔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에 눌려 기어들어 가는 소리를 했어도, 山 모퉁이를 홀로 돌 때는 어느 가수 못지않게 낭랑한 노래를 불렀다.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면 안개를 마시면서 몇 발짝 앞만 트여 나가는 산길을 헤쳐 가노라면 동화 나라를 개척해 가는 기분이기도 했다. 안개는 언제나 암용추에서 피어올라 골짜기를 덮어 나갔다, 어른들은 암용의 조화라고 했다. 그때 그 산골 사람들은 신경통, 고혈압, 당뇨병이란 걸 몰랐다. 산나물에 보리밥에 감자를 주식으로 살아도 자연식과 생수와 맑은 공기 때문인지 깡마른 몸에도 빳빳한 기(氣)가 있었고 그 얼굴이 해맑았다. 가끔은 너무 순수하여 남의 꾀에 넘어가는 어리석음이 있어도 사람의 기본 바탕을 때 묻히지 않고 살아가던 다정한 얼굴들이었다. 나는 또 하나의 졸작을 읊는다.

산사람

청산에 깊은 뜻 홀로 담아

정겨운

山사람아

곱게 씻어 챙겨둔 마음

나뭇잎으로 날리며

山그늘 나무 사이로

번개처럼 사라지던

그리운 사람아

아버지는 경상도에서 수도(修道)를 하려고 계룡산으로 와 일생을 수도로 끝내셨다. 아버지의 수도 생활은 끊임없이 일하면서 산(山)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정신으로 이루어졌다. 길을 닦는 일, 산사태를 때우는 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 농사를 짓는 일이셨다. 지금도 암용추에 가면 아버지가 심은 느티나무가 큰 정자나무가 되어 그곳의 경치에 더욱 어우러져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

한때는 미군 부대가 들어와 상봉의 비석과 제단을 헐어 내는데 아버지가 미군 고관을 찾아가 그곳은 산신(山神)을 모신 곳이라고 손짓 눈짓으로 마음을 통하니 고관이 알아듣고 시멘트를 내 주어 아버지께서 손수 원상 복구시키셨다.

아버지는 숱한 발자국을 山에 찍고 끝내는 자신이 사랑하던 산자락에 묻히셨지만 영혼만은 아직도 수도를 끝내지 않았으리라. 지금도 귀 기울이면 들리는 저녁마다 새벽마다 외시던 그 주송소리, 마음 같아서는 금방이라도 달려가 아버지 묘소도 살피고 천황봉을 향해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지만 밤마다 꿈길로만 찾아 나선다. 나무는 나무끼리 얼굴 맞대고 바위는 바위끼리 마주보고 웃는 정다운 내 고향산천이여!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비  (0) 2012.07.06
아버지의 뜰  (0) 2012.05.26
디지털 제사  (0) 2011.12.26
실패 앞에서 웃어야 하는 이유  (0) 2011.11.06
소설- 외동아들 양육법  (0) 201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