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컬럼

명품과 짝퉁

세상을 살다보니 모든 것이 내 마음 같지가 않다. 전혀 될 것 같지 않은 분야가 잘 되는 가하면, 상식적으로 잘 될 것 같은 분야는 별로 호응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명품이 유행되어 왔다. 소위 명품이라고 알려진 유명 브랜드의 시계나 가방은 값이 몇 백 만원, 아니 몇 천 만원이라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명품을 흉내 낸 소위 짝퉁도 많이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는 짝퉁을 명품이라고 속이는 경우도 있다니 요즘 세상은 명품과 짝퉁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명품과 짝퉁의 문제는 비단 브랜드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세상 구석구석 모든 분야에 분포되어 있는 것 같다. 우선 우리 사람도 명품과 짝퉁이 있을 것 같다. 인격이 고매하여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인간답게 자기 할 일을 다하는 사람은 명품인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겉치장을 멋지게 하고 다니지만 성실하지 못하여 실속이 없이 빈둥거리며 남의 신세만 지고, 남에게 괴로움을 주는 사람은 짝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같은 논리를 도서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도서관의 교육 문화적 필요성을 생각한다면 도서관은 다른 사회기관들에 비하여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모든 도서관이 사회적으로 명품의 반열에 올라야 그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니 허우대만 도서관을 흉내 낸 ‘짝퉁도서관’이 날이 갈수록 만연하고 있어 안타깝다. 건물만 대충 지어놓으면 다 도서관이 되는 줄 아는 행정당국, 전문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도서관 흉내만 내라고 하는 돈줄을 쥐고 있는 재정담당자들, 궁여지책으로 민간위탁을 해놓고 위탁경영자들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공무원들은 발전도상의 우리 도서관들을 짝퉁으로 내몰고 있다.

도서관은 사회적 명품이 되어야 한다. 명품시계나 명품가방의 가격이 몇 백 만원, 몇 천 만원이라면 명품도서관은 결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명품도서관은 사람, 물자, 자금이 제대로 지원되어 발전적 선순환을 돌리는 명품경영을 하여야만 실현 가능하다. 사람, 물자, 자금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전문사서가 없거나 부족하고, 건물과 장서는 열악하고, 서비스 프로그램은 미미하고, 예산은 해마다 우선 삭감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의 ‘운영’이 지배하는 한 도서관은 짝퉁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