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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오시장은 멋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마디로 멋진 모습을 보였다. 나는 빈부에 무관한 초중등학교 무상급식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번 주민투표를 지켜보며 오시장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오시장은 시장직을 걸면서까지 이번 주민투표를 추진했고 서울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의외였다. 결국 오 시장은 본인의 공언대로 서울시장직을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나는 오시장이 결코 패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오시장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바로 잡으려고 시장 직책을 걸면서까지 노력했다. 그런데 대다수 시민들이 투표에 불참하는 바람에 결국 오시장의 합리적인 뜻은 무너지고 말았다. '중우정치'의 폐해라 할까? 복지 포퓰리즘의 부작용이랄까?

잘사는 가정 아이에게나 못사는 가정 아이에게나 무차별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며 시민들이 원하는 바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야단이다. '나쁜' 투표에 '착한' 거부를 했다고 말장난을 하기도 한다. 무엇이 합리고 정의인지를 모르는, 오직 반대만을 일삼는 한심한 사람들의 궤변이다. 눈 뜬 시민이라면 무엇이 올바른 정책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의사표시에 적극적이지 않다. 우선 편한 것만 생각하고, 우선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 투표에서 강남지역이 투표율이 높고 강북지역이 투표율이 낮은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상식적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빈곤한 강북이 투표율이 높아야 하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강남이 투표율이 낮아야 할 것 같은데 그 정 반대라니... 이 역시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밖에 해석할 방법이 없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이다. 이래가지고서는 분배적 민주주의의 정의를 실현하기 어렵다. 누구나 투표에 참여하여 정당한 의사표시를 할 때 민주정치는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오시장은 진정한 분배적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다가 실패했다. 그러나 그의 합리주의를 모르는 국민은 아마 별로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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