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귀, 코, 입, 몸, 뜻
눈, 귀, 코, 입(혀), 몸, 뜻은 불가에서 眼, 耳, 鼻, 舌, 身, 意라 한자화했습니다. 옛날 한글이 나오기 이전의 중국 번역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우리 인간의 감각기관 전체를 세분하여 이 감각기관들이 모두 욕망, 욕심의 실마리이므로 이들을 잘 조절해야만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르침으로 연결하였습니다.
우리 인간의 눈은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고, 귀는 좋은 소리를 듣고 싶고, 코는 좋은 냄새를, 입은 맛있는 음식과 좋은 언어, 몸은 부드러운 감촉, 의는 이 모든 것의 의미를 자신에게 이롭게 적용하는 욕심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것만 추구하면 욕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어 중도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사실 욕망과 욕심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인간에 식욕, 성욕, 예술 욕, 지식욕이 없다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해럴드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 1908~1970)가 주창한 욕구 단계 이론(A Theory of Human Motivation)은 이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안전 욕구(safety), 애정 및 소속 욕구(love/belonging), 존경 욕구(esteem),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로 욕구 단계의 피라미드를 구성하였습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구성한 데는 무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는 인간의 욕구를 설명하는 하나의 사회심리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100년을 살아도 생물적 욕구, 나아가 사회적 욕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욕심의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개인차를 노정하고 있지요. 사람에 따라 인간 됨은 천차만별입니다. 특히 개인이 이념이라는 굴레를 쓰는 순간 더욱 비인간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독재자가 인권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념 때문입니다. 과거 100년 공산주의 독재가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인간답게 사는 길은 욕심과 이념에 기울지 않는 중도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교의 핵심 가르침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2020.9.1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