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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세 자매 보리밥집의 교훈

세 자매 보리밥집의 교훈

너는 보리밥을 가끔 사 먹습니다. 대전에 와서는 주로 중앙시장 ‘세 자매’ 보리밥집에 가는데요, 그 집 보리밥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어제도 그 집에 가서 보리밥(값은 4천 원)을 사 먹었습니다. 채소가 듬뿍 들어간 비빔밥,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 열무김치, 비지찌개, 시래기 된장국과 함께 잘 먹었습니다. 너에게 주어진 그릇을 깨끗이 비웠지요. 그러면서 한마디 했죠. “설거지하시기 좋게 다 비웠어요.” 하니, 다들 “저희가 가장 바라는 거예요” 하며 맞장구를 쳐 주시네요. 하하. 그래서 또 물어보았습니다. “진짜로 친자매신가요?” 하니 그렇다네요. 와, 저 나이(60은 넘어 보임)에 여형제들이 흩어지지 않고 같이 장사를 하다니 정말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네 삶의 모습은 정말 천태만상입니다. 형제자매들이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다들 흩어져 살아가는 게 보통인데, 또, 형제간에 연락도 안 하고 지내는 집도 많고, 어떤 경우는 싸워서 원수처럼 되는 집도 있던데, 저 자매들은 사연이야 어떤지 몰라도 저 나이에 함께 일하니 참 특이한 경우네요. 어쨌든 형제간에 사이좋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너는 추억을 소중하게 그리워하는 사람입니다. 시골에서 없이 살던 60년대, 보리밥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좋던 그 시절, 어머니께서 밥을 하실 때 마치 topping처럼 쌀 한 줌을 보리쌀 위에 올려 밥이 다 되면 그 쌀밥 부분을 주걱으로 도려내듯 떠서 너에게만 주시던 그 엄마. 아버지, 엄마 본인, 누이를 제쳐 놓고 너에게만 그렇게 해 주셨던 어머니의 사랑이 떠오릅니다. 그때 너는 어머니의 그 차별화 정성이 당연한 일인 줄 알았는데, 중학생쯤 되어 철이 약간 들고나서는 아버지와 누나에게 얼마나 미안하고 죄송하던지, 지금 생각해도,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납니다.

올해도 너는 어머니의 기일을 무성의하게 보냈습니다. 해마다 성묘는 갔었는데, 올해는 아직 장마다, 호우다, 태풍이다, 그 사소한 이유로 성묘도 못 갔습니다. 저녁에 쌀밥이라도 해서 술 한잔 어머니께 올려야겠습니다. 그 세 자매 보리밥집 자매들의 우애는 너에게 그 옛날 어머니를 생각나게 해주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형제자매님, 싸우지 말고 우애롭게 잘 사시면 좋겠습니다. 2020.8.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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