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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선풍엽과 선풍기

선풍엽과 선풍기

선풍엽과 선풍기는 한글로 두 글자가 공통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한자의 뜻과 모양, 기능은 완전히 다릅니다. 먼저 선풍엽(旋風葉)의 선은 회오리 旋 자로서, ‘돌다’라는 의미네요. 그래서 선풍(旋風)은 회오리바람입니다. 葉은 잎새 엽 자로 낙엽(落葉)처럼 사용하네요. 선풍엽은 고서의 제본 형태 중 하나입니다. 마치 병풍(屛風)처럼 책 본문 용지를 일정한 간격으로 접에서 앞뒤 표지만 이어 붙여 놓은 것인데 이를 읽거나 옮기다가 실수로 놓치면 마치 회오리바람 일 듯 본문 갈피가 쏟아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선풍기(扇風機)의 선은 부채 扇 자입니다. 그래서 선풍기는 부채 바람을 일으키는 기계입니다. 부채는 예전부터 사용했죠. 백과사전에 보니

“한국 부채의 기원은 고구려 안악 3호분 벽화에 털 부채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서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록으로는 『삼국사기』 견훤 조에 부채를 사용한 예가 보이듯 고려 시대 초기에 이미 부채가 있었으며, 특히 한국의 부채는 국교 품으로 중국이나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진출하여 그 아름다움과 정교함이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올수록 부채는 더욱 정교해지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이렇게 나옵니다. 요즘은 선풍기가 에어컨으로 발전하여 냉방을 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부채와 선풍기는 여름철 우리 삶의 필수 도구입니다. 오늘 아침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또 날이 무덥습니다. 너는 선풍기를 틀다가, 부채를 부치다가, 변덕을 부리며 이방 저방 드나듭니다. 이럴 때 고전 향기 그윽한 선풍엽이나 한 권 읽으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제가 지닌 자료 중 옛 책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것은 全義 李家 미니 족보입니다. 이 족보는 선풍엽보다 앞서 나왔다는 절첩장입니다. 멋진 태극 합죽선(合竹扇) 하나 놓고 선풍기를 돌리며 이 족보를 살펴보는 것도 이 여름날의 겉멋일까요? 나이 들면 족보 찾는다고. 2020.8.2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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