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공항 간이역 이용 소감
청주 공항역은 간이역입니다. 간이역이라 그런지 역사(驛舍)가 없습니다. 그냥 승하차만 하는 지붕 없는 플랫폼, 벤치만 덩그러니 몇 개 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렇게 대책 없는 시골 버스 정거장 같습니다. 차표 파는 역무원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 차표 안 파는 역이 어딨어?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시골 영감 서울 가는 기차놀이, 그 해학적 노래가 생각납니다. 김창환의 ‘너의 의미’라는 노래, “슬픔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피고”도 생각납니다. 사실 코스모스도 없었어요.
너는 마치 팬티를 입지 않은 것처럼 허전함을 느끼며 청주 공항역을 이용했습니다. 대전역에서 출발할 때는 몰랐는데 청주 공항역에 내릴 때는 마치 북한 역처럼 허전했고, 다시 청주 공항에 내려 청주 공항역에서 기차를 탈 때는 차표 없이 무임승차하는 기분이라 미안했습니다. 역에서 기다리는 아가씨한테 표를 어디서 사냐고 물어보니, 본인은 핸드폰에 앱을 깔아 인터넷으로 산다네요. 역시 젊어서 좋네그려. 너는 핸드폰에 앱을 자꾸 깔기 싫고 또 그런 손놀림이 어색하고 불편해서 그냥 무조건 열차를 탔습니다. 그리고 승무원에게 오른손을 번쩍 들어 도움을 청했습니다. 여객전무는 차표를 파는 카드 결재 기기를 소지하고 있네요.
인간의 일이 인간에게서 점점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사람이 일을 안 하고, 서비스하지 않는 것이 4차산업혁명인가 봅니다. 바둑도 알파고가 두고, 도로 요금도 하이패스로 받고, 모든 걸 컴퓨터로 하는 세상이니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어 보입니다. 아마 과도기, 적응기일까요? 모든 서비스는 인간적이라야 좋은데, 서비스에 인간의 훈기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도 비인간을 돕고 있습니다. 서로를 경계하고 피하며, 얼굴을 가리고, 말도 하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변종 “別有天地非人間”시대, 그래도 4차산업혁명 미생물 기술로 어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를 학수고대합니다. 2020.8.2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