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백 동산 습지를 보고
곶자왈 탐방 계획대로 “제주 동백 동산 습지”에 가 보았습니다. 안내는 아들이 해 주었어요. 아비가 고희가 되니 불혹의 아들이 보호자 역할을 충실히 하네요. 참 고맙죠, 뭐.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으로 들어갑니다. 숲 밖엔 8월의 태양이 작열하는데 숲으로 몇 발짝 들어가니 어두운 느낌마저 드네요. 숲속 바닥에는 이끼와 양치식물, 넝쿨 식물, 그 위로는 나무들이 무질서의 질서를 지키며 저마다 생명을 즐기고 있습니다. 갖가지 나무와 풀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기생과 공생을 조화롭게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약한 종은 강한 종에 기생하고, 강한 종은 약한 종을 포용하며 협력해 살아가는 아름다운 숲 동네, 가끔 까막까치, 산비둘기가 숲의 적막을 깨며 그들도 숲과 협력하여 건장하게 살고 있음을 자랑하고 있네요.
드디어 습지를 만났습니다. 그 늪의 이름은 ‘먼물깍’, 생소한 순우리말 명칭입니다. ‘먼물’은 마을에서 먼 곳에 있는 물, ‘깍’은 끄트머리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제주의 화산 지질은 빗물이 잘 빠져 우물이나 습지가 형성되기 어려운데, 이곳은 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용암대지라 물이 고여 있답니다. 신기하네요. 예전에는 마실 물로도 이용했다는데요, 물이 아주 맑습니다. 거기다 가녀린 물풀들이 보기 좋게 연초록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너는 마치 스님이 된 기분으로 숲과 물로부터 청정심을 받습니다. 동백 동산(camellia hill) 곶자왈 한 바퀴, 약 4km를 걸으니 모자와 옷이 땀으로 범벅되어 피부에 밀착하네요. 3시 반경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하며 저녁엔 아들 내외가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양념 콩나물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라산 소주도 한 잔 하고요. 하하. 2020.8.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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