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립미술관에서
광복절날 대전 시립미술관에 가보았습니다. 제32회 대전광역시 미술대전이 있다고 해서요, 뙤약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분수 사이로 걸어가는데, 인공 물보라가 얼굴을 스칩니다. 조금은 시원하지만, 햇볕이 너무 강합니다. 그래 보병이 행군하듯 빠른 걸음으로 하나, 둘, 셋, 넷, 번호 붙여 갓!
처음엔 번지수를 잘못 알고 가서 예술의 전당 공연장으로 갔는데요, 공연장은 코로나로 문을 굳게 걸어 잠갔습니다. 다시 미술관으로, 미술관은 문을 열었네요. 전시물은 서에 작품과 calligraphy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너는 요즘 calligraphy에 관심이 있어 저 지난주부터 한밭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calligraphy의 한글 표기와 뜻은 아직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데요, 그래서 영어사전에서 calligraphy의 뜻을 찾아보니 ‘달필’, ‘서법’, ‘서예’ 등으로 나오네요. 이런 해석은 결국 서예와 같다는 말인데요, 실제로 작품을 보니 그림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글씨를 그림처럼 그렸다고 할까요.
전통 서예작품도 많이 걸려 있어 예전 중학교 때 생각이 나네요. 그땐 네가 학급에서 붓글씨를 가장 잘 쓴다고 인정을 받았지요. 하하. 어떤 선생님은 자네 보고 간판집에 취업해도 되겠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붓글씨를 쓰지 않아 지금은 오히려 중학교 때 보다 글씨가 퇴보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붓글씨를 다시 써 보려고 마음먹고, 내친김에 calligraphy도 건드려보는 거지요 뭐. 하하. 놀면 뭐 해요. 피아노에, 우쿨렐레에, 서예에, calligraphy에, 이리저리 바쁘게 설쳐야 노 주름을 좀 아름답게 할 수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전통 서예작품은 아무래도 필법이 정형화되어 보기는 좋은데 좀 숨이 막힌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엄격함이 느껴지는데요, 서예에 획기적인 변화를 도모한 분이 바로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닐까 느껴봅니다. 서예에 디자인 기법을 도입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도 그림이나 글씨를 쓸 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서 디자인 기법을 가미하여 써 보려 합니다. 미술전에 출품할 생각은 없고요, 그냥 심심풀이로 써서 책을 낼 때 그림으로 활용해 볼까 합니다. 圖書란 어차피 그림과 글자이니 그 뜻을 잘 살릴 수도 있고요. 그런데 calligraphy를 우리말로 ‘그림 글씨’라고 번역하여 국어사전에 올리면 어떨까요? 2020.8.15.(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