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순발력
순발력이 점점 발달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순발력 감퇴를 단순히 나이 탓으로만 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꾸준히 머리와 손발을 활용해온 사람들(70대 영업용 운전기사들)은 순발력이 별로 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나이 먹어서도 매일 매일 부지런히 머리와 손발을 놀리는 사람은 순발력이 발달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왜 이런 주제로 잡글을 쓰냐고요. 피아노와 우쿨렐레 연주가 잘 늘지 않아서요. 하하. 피아노 치는 방법은 조금 알겠는데, 손가락이 이 잡듯 하니 도대체 음악이 안 나오네요. 그래도 선생님은 자꾸 연습하다 보면 는다고, 지금 ‘에델바이스’는 좀 노래가 되지 않느냐고 위로를 주십니다. 네, 믿겠습니다.
오늘 오전 오랜만에 동구 정다운 복지관에 가서 코로나로 반납하지 못한 빌린 책을 반납하고 프로그램을 접수했습니다. 신청한 프로그램은 우쿨렐레와 캘리그라피 2가지입니다. 다 일종의 생활 예술에 속하는 것들이지요. 단골 식당에서 6천 원짜리 전복죽을 먹은 후 오후엔 또 피아노 학원, 2시간을 연습하니 오히려 순발력이 퇴보하는 느낌이 드네요. 연습이 좀 과도했나? 손가락이 뻐근합니다. 오후 3시, 학원을 나오니 또 주룩주룩 비가 내리네요. 길 가 나무 백일홍꽃이 빗방울을 매달고, 너의 길에 아치를 만들어줍니다. 그 아랜 선명한 홍색의 낙화, 낙화, 거기다 초록의 낙 감(甘)까지 세월을 거들었네요.
집에 와 미뤄 두었던 기말고사 2과목 출제하느라 두 시간을 보내니 또 하루가 저뭅니다. 한적한 이 한밤, 줄기찬 빗소리 풀벌레 음악을 막아버렸습니다. 이 밤 오직 빗소리만 들어야 합니다. 밖에서 물먹은 선인장 화분을 들여놓고 빗소리에 박을 맞추어 악기나 좀 만져볼까, 그리고 잠자리에 누워 아바(ABBA)의 아이해브어드림을 틀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마치 꾀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하하. 2020.8.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