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정신
오늘 여기서 쓰려는 기자에 관한 기사는 보통 언론사 기자들이 쓰는 그런 기사와는 좀 다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네가 언론사 소속이 아니라서 그렇고, 또 다른 하나는 기자라는 이름의 해석에 있어 문자 그대로 ‘기록하는 자’를 택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비가 계속 내리는데요, 하지만 건강한 사람으로서 집에 붙어 있기는 참 답답합니다. 그래서 오후 2시 비가 오거나 말거나 우산을 받고 집을 나섰어요. 그 핑계와 이유는 집에만 있으면 일단 답답하고, 한편으론 한여름 너의 코디를 좀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곧 버스를 타고 으능정이에서 내려 구제 옷가게 세 군데를 들렀습니다. 한군데서 남방을 골랐습니다. 배추 색 무늬가 너에게 여름 느낌을 줄 것 같아 점원에게 어떻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어울린다고 하네요. 물어보는 네가 어리석지만 그래도 약간의 칭찬을 받고 싶었나 봅니다. 칭찬은 살맛으로 연결되거든요. 하하. 값은 5천 원. 그다음 가게에서는 모자를 골랐습니다. 너는 빵모자는 싫어합니다. 너무 노인티를 내는 종목이라서요. 그래서 그냥 3천 원짜리 일반 모자를 골랐는데 마침 영어로 ‘에델바이스’라고 적혀 있네요. 네가 좋아하는 노래 ‘에델바이스’, 알프스에 가 본 적은 없지만, 넌 눈 속에서 피어나는 강인하고 순결한 에델바이스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목척교 아래 대전천을 바라보니 홍수가 거세게 흐릅니다. 다리 위로 비둘기가 휘저어 날아다닙니다. 너는 텔레비전에 내보내고 싶은 동영상을 찍어 봅니다. 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낍니다. 이렇게 온통 물천지를 만들 수 있는 자연의 위력 앞에서 왜소를 느끼며, 네가 살아갈 지혜는 무엇일까, 무력감에 사로잡힙니다. 그래도 즐겁게 살아야 하기에 지하상가로 내려가 카세트 CD 겸용 라디오를 하나 샀습니다. 사용하던 카세트 라디오가 15년 지나니 고장이 나서요. 요즘은 그런 구제 라다오 수리하는 곳이 안 보여 그냥 신품 작은 것 하나 사 버렸어요. 값은 5만 원.
집에 와서 라디오, CD,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보고 잠시 청량한 추억의 음감에 취해보았습니다. 인생은 역시 듣고, 보고, 먹고, 자고, 느껴야 하는 현실적이고도 예술적인 존재임을 실감합니다. 오늘 경상남도 양산 석계 공원 어머니 음택에 성묘 갈 계획이었는데 폭우로 가지 못했습니다. 다음 맑은 날을 기약하며, 이 비 그치면 왕성해질 그 여름의 녹음과 바다를 상상하며, ‘에델바이스’, ‘비둘기 집’, ‘여행을 떠나요’, ‘꽃반지 끼고’, ‘목로주점’, ‘너의 의미’를 접속곡으로 연주하며, 오늘 기록을 마무리 합니다. 인생 기자 이종권(450345@hanmail.net). 2020.8.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