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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친구가 준 옥수수 40개

친구가 준 옥수수 40개

오늘 옥수수 40개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친구가 준다고 너는 참 뻔뻔하게도 그냥 덥석 받았네요. 아침 8시 40분경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옥수수 30개 줄 테니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는 반가워서 코로나 정국에서 못 만나던 친구 얼굴도 볼 겸 연산 유명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하려고 차를 몰았습니다. 그 친구의 시골집은 흑석동 지나 평촌에 있습니다. 평촌이라는 지명은 참 많은데, 그 친구의 농촌 마을도 평지에 있는 촌이라서 그런 이름을 쓰는가 보아요.

지명의 유래와 지명 조사연구는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왔고, 미래 세대가 살아갈 우리 땅 이름들, 그 이름의 역사도 정말 의미 있고, 재미도 있고, 그래서 ‘지명학’은 우리 인문지리학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인 것 같습니다. 지명학은 역사언어학을 포함합니다. 지명으로 언어의 변천도 알 수 있으니까요. 오죽하면 유럽의 언어를 인도 유럽어라 할까요?

친구를 만나 옥수수를 받고, 곧 연산 갈비탕집 유명식당으로 갔습니다. 친구의 차는 딸한테 받은 ‘모닝’인데, 점심때 모닝을 타도 상관은 없습니다. 좀 코미디를 하자면 모닝 차는 정오에는 눈(noon)이 되고 정오가 지나면 애프터 눈(afternoon), 저녁때는 이브닝(evening), 더 지나면 나이트(night), 자정에는 미드나이트(midnight)로 변환하면 좋을 듯합니다. 네온사인으로 말이죠.

네가 갈비탕을 사려는데 친구가 미리 내버립니다. 거기에 소주 1병까지, 친구는 부인이 병이 나서 술을 끊었는데 자네 먹으라고 시켰답니다. 하지만 너는 술을 먹지 않았습니다. 차도 몰아야 하고, 너 혼자 무슨 염치로 낮술을 먹겠습니까? 갈비탕으로 보신하고 커피까지 마시고, 오다가 또 암자 한군데를 들렀습니다. 너는 요즘 절에 가도 절을 하지 않고 마음만 다듬는데, 친구가 너에게 1천 원을 주며 미륵불 앞에 불전 놓고 절을 하랍니다. 하하. 시키는 대로 또 절을 했지요. 정말 오늘 모든 걸 친구가 부담합니다.

집에 와서 옥수수 4개를 삶아보았습니다. 소금과 설탕을 조금 넣고 한 20분 삶으니 다 익은 것 같은데, 마침 외출하셨던 매형이 들어오시네요. 그래서 매형과 함께 아까 친구가 준 그 갈비탕집 비싼 소주를 마셨습니다. 안주는 옥수수와 깐마늘, 하하. 너는 매형께 너의 좋은 친구를 자랑하며 선풍기를 켜 놓고 담소를 나누었죠. 매형께 옥수수 16개를 드렸습니다. 왜 절반인 20개를 안 드리고 16개를 드렸을까요? 그래도 너의 친구한테 받았으니 네가 4개를 더 가져야죠, 하하. 매형이 옥수수 찌는 방법을 알려주시는데요, 옥수수는 삶지 말고, 찌는 게 좋다네요. 삶으면 옥수수 영양가가 물로 빠진다네요. 하하. 그래서 옥수수 삶은 물을 먹기로 했어요. 먹어보니 간이 딱 맞는 옥수수 차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보람찬 하루를 보냅니다. 2020.8.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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