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상반신
“소 명함판 탈모 상반신”, 예전에 이력서나 입학원서에 붙이는 사진의 규격입니다. 이 규격이 지금은 여권 사진 규격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완전 일치는 아니라도 말이죠. 예전의 탈모 상반신에서 탈모(脫帽)는 모자를 쓰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인물을 아무런 꾸밈이 없는 실물 그대로 보려고 한 것이겠지요. 지금 여권 사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인물을 실제 상태로 보고 확인하려는 목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탈모는 주로 머리가 빠지는 대머리 현상에 더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 탈모 시대”, 이렇게 시대에 탈모를 넣어 쓰기도 합니다. 어떤 신문은 대 탈모 시대라는 제목으로 연재 기사를 올리고 있더라고요. 탈모(脫毛)는 너에게도 매우 친숙한 현상입니다. 그리고 너의 연령대의 남성분들은 거의 너처럼 탈모가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글쎄. 그래서 아마 그 신문에서도 탈모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에서 “대 탈모 시대”라는 제목을 달았나 봅니다.
머리의 탈모가 젊을 때부터 일어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혈통 유전자에 따라 개인차는 많이 있지만, 젊을 때는 누구나 장발도 할 수 있고, 삭발도 할 수 있어 탈모에 큰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40을 넘고 50을 넘으면 탈모 현상의 개인차가 두드러집니다. 너도 젊을 때는 탈모를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50을 넘으니 서서히 머리카락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스님처럼 되어가는 중입니다.
대 탈모시대, 너는 이 시대정신에 발맞추어 자연스럽게 탈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모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은 아닌 만큼 항상 안심하며 손쉽게 머리를 감습니다. 아직 주변에 좀 남아 있는 머리카락이 너에게 염색과 빗질을 요청하는데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너의 화장대엔 빗과 거울, 알로에 크림과 선크림이 있어, 둥근 해가 뜨기 전에 세수하고 화장하고 밥 먹고, 학교에도 갑니다. 오늘 일요일엔 종일 기말고사 출제하느라 걷기 운동을 쉬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탈모 전신으로 모자를 쓰고 약수터에 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또 음악학원에도요. 하하. 2020.6.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