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인간
아침에 경쾌한 새소리가 창문을 뚫고 침실로 들어왔다. 어서 일어나라는 소리로 들린다. 일어났다. 진짜 무슨 새일까? 참새일까? 의문이 일었지만 따지지 않기로 했다. 따져봤자 너의 새 지식으론 알 수 없을 것이기에.
사실 무엇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은 연구자들의 업이다. 저 새가 무슨 새고, 무얼 먹고 살고, 수명은 얼마며, 인간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 등을 알아보는 것은 생물학의 한 영역일 것이다. 그래서 너는 학자이긴 하지만 생물학 전공이 아니라 새 연구의 접근 방법을 모른다. 절름발이 학자인 거지. ㅎ.
인문학을 하는 사람은 생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인문학적으로 감상할 따름이다. 과학자들과 관점이 완전 다른 것이다. 인문학자는 저 새소리를 들으며 새 소식을 생각하고, 저 별을 바라보며 운명을 생각한다. 그래서 생명현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우주는 무한이고 지구는 둥글어도 달을 보고 임을 그리고 별을 보고 그대를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살고,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시각효과를 위해 레이저를 쏘아야 하는 물질적인 존재다. 생물학의 심화 전공, 의과학이 없다면 우린 요즘 무얼 믿고 살 것인가?
아무리 잘 사는 나라라 해도 완벽하게 건강한 나라는 없는 모양이다. 코로나에 방심했던 선진국에 요즘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에 이어 독일, 미국, 그들은 과학의 나라이다. 그런데 전염병 대처를 잘못해 코로나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선진국 한국을 추월해 코로나 선두주자가 됐고, 사회생활이 밀착형이라 제동을 걸기도 어렵다니 이 무슨 모순인가? 미국엔 의료보험제도가 이상해 병원에 가기 어렵고, 노숙자가 56만 명이라니 그들의 의료 환경은 참 열악한가 보다. 미국 안 가기 참 잘했지.
인문과 과학의 조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문계열은 과학계열의 말을 듣고 과학계열은 인문계열의 말을 들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그래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여기엔 이념 같은 군더더기는 필요하지 않다는, 인간 그 자체를 이념으로 해야 인간이 행복할 것이라는 깨달음이 온다. 어떤 게 참 인간의 삶인지, 오늘 참새 덕분에 우리의 참삶이 무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참새는 ‘진짜 새’인가보다. 그러게 항상 저렇게 생명의 진리를 속삭여 대는 걸까? 2020.3.20.(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