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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조명 치료

조명 치료

한 달 전 발목을 삐끗했을 때 아파서 병원에 가니 물리치료라며 전기 의료기로 발목을 치료해 주셨습니다. 그 병원의 의료기는 거의 다 전기를 이용한 치료 기기였습니다. 아픈 부위를 문지르기도 하고, 빛을 쪼이기도 하고, 전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얼음찜질뿐? 하기야 얼음도 전기로 만든 것이니 100% 전기에서 분리된 건 아닙니다. 그 후 그 병원에 세 번 갔는데 통증이 멎어 통원을 중단했지요. 그런데 요즘 걸을 때 미세한 자극이 와서 또 그 전기 소통을 좀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걷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계단을 내려올 때 양발의 균형을 맞추기가 약간 어렵네요.

며칠 전 인적 드문 가양의 거리를 거닐다 한 병원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은 규모는 작은데 종합병원처럼 보였고, 특히 피부과로 좀 유명한 듯 보였습니다. 피부 치료에 대한 광고가 많이 붙어있었거든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는데요. 접수대에서 여기 처음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니 생년월일, 주소, 이름을 써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얼굴에 흉터를 가리키며 이런 거 치료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물어보았지요. 그랬더니 반가워하며, 얼굴 다 치료하면 11만 원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검진표에 필요한 인적 사항을 써내고 한 10분 기다리니 의사 선생님이 부르셨습니다.

발목을 좀 치료할까 했는데 엉뚱하게 피부 치료를 하게 된 거죠. 하기야 저의 얼굴에 있는 흉터는 저승꽃이 아니라 18세 때 빈혈로 쓰러져 생긴 트레이드 마큰데요. 이제 한 50년 지나니 그 흉터가 혹으로 변하고 있어 요걸 언젠가 치료해야지 하며 잠재 결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친김에 얼굴 전체 잡티를 제거하게 되어 속으로 좀 흐뭇했습니다. 곧 레이저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안면 마취 연고를 바르고 기다렸다가 전기 빛을 쏘는데 제법 따끔거렸어요. 타는 냄새도 나고, 몸이 움찔거려질 때도 있었지만, 미용을 위해 잘 참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좀 흉하지만 2주쯤 지나면 깨끗해진다는 말에 희망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요즘 전기 안 들어가는 곳이 없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수술에서 미용까지, 요리에서 공부, 독서, 강의까지, 스마트폰 생산, 자동차, 비행기, 선박생산까지, 전기 없으면 문명 생활이 안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전기의 고마움을 잊고 살 때도 많습니다. 전력회사에 20년 근무할 때도 직업상 별로 느끼지 못했던 전기의 소중함, 너무 소중하기에 위험하기도 한 전기, 전기는 인간의 과학이 인간에게 준 자연의 혜택이자 경고이기도 합니다. 잘 활용해야죠. 전기를 잘못 이용하는 부류들이 있는데, 바로 무기 생산, 미사일 발사, 전쟁 준비, 원전 폐기 등등이죠. 미래 문명의 발전도 전력에 달려 있음을 실감합니다. 최근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에서 스무 번을 세탁해도 정전기가 사라지지 않는 오랫동안 쓸 수 있는 마스크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 난국에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2020.3.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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