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병풍, 나의 에델바이스
시간은 영속합니다. 그래서 너에게도 과거가 있습니다. 너의 과거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그런 영화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너의 영화는 총 천연 다큐멘터리 영화로 한자로는 榮華라고 씁니다. 영광스럽고 화려하고 즐거운 고려인의 영화, 아름답고 예술적인 소박한 건전 영화 바로 평화영화였지요.
방을 정리하다 오래된 병풍을 펴 보았습니다. 갖 결혼해 집사람이 어머니를 봉양하며 틈틈이 수놓은 아름다운 자수작품, 아마 30년 만에 펼쳐 보는 것 같습니다. 너는 이제야 감탄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수 자위를 만져보니 눈물이 나네요. 그 사람에게 이런 예술이 있었네. 무심한 너는 그때 그걸 몰랐었네, 미안해, 미안해 여보, 이제야 ‘여보’ 소리가 납니다. 자수 폭마다 손으로 쓰다듬어 봅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더니, 정말. 너의 기록관에 집사람이 두고 간 이 병풍을 펴 놓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고이 대물림하기로 다짐합니다. 아, 아, 그대여!
인터넷에서 에델바이스 노래를 찾아 따라 불려봅니다. 에델바이스는 고산지대에 자라는 국화과 식물이라는데요, 그 뜻은 ‘고귀한 흰색’이랍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국화라는데요, 실물은 보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보아도 순결하고, 아름다운 꽃인가 봅니다. 영어 노랫말을 찾아보았습니다.
Edelweiss, 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
Small and white, Clean and bright
You look happy to meet me
Blossom of snow May you bloom and grow
Bloom and grow forever
Edelweiss, edelweiss
Bless my home-land forever
애국가 같은 느낌도 드는데, 고결하고, 순결하고 아름답네요. 어서 배워 멋지게 부르고 싶습니다. 집사람이 수 놓은 병풍은 너의 에델바이스입니다. 임은 가고 없어도 우리들의 영화는 영원히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2020.01.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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