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과 공부방
글방은 공부방과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합니다. 우선 공부방은 공부를 하는 방이고 글방은 글을 읽고 쓰는 방이라 할 수 있으니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도서관은 중고대학생 시험공부를 위한 방으로 인식되어 왔고, 상업적 독서시설들도 그런 공부방 역할을 충실히 해왔습니다. 네, 공부가 중요하지요. 시험공부에서부터 인생공부까지 중요하지 않은 공부는 없을 것입니다.
요즘 너에게 공부방과 글방이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하는 작은 계기가 왔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1층을 단독으로 다 쓰게 되면서 공간이 비록 크지는 않지만 이 공간에 책만 꽂아두느니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볼까 하고 마음 속 ‘기와집’을 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공간을 글방으로 개방하여 어린 학생들과 함께 독서하고, 글쓰고 대화하는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브루타 독서토론 수업도 들은터라 독서토론을 현실에서 적용하고 싶은 의욕도 있고요.
사실 공부방과 글방, 도서관은 다 같고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하고, 독서하고, 글을 쓰고, 여가를 선용하고, 그 결과로 시험을 보고, 성장해 가면서 인생을 공부 하고, 그런 걸 하는 곳이 도서관이고, 공부방이고, 글방 아닐까요? 공부의 폭은 넓고 깊어야 합니다. 너는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면서 독서하지 않고 글을 쓰지 않는 걸 좀 이상하게 생각해왔습니다. 교과서와 참고서에 나오는 내용과 문제만을 외워서 시험성적을 올리는 것만이 공부의 전부는 아니지요. 독서하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고, 발표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쓰고, 그래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고, 세계사회에 기여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공부 아닐까요? 사실 이런 원대한 공부는 너도 제대로 해오지 못했습니다. 좋은 세월 다 보내고 이제서야 깨닫는 거죠.
하지만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여기 저기 평생교육을 받으며 공부하고, 독서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고, 책을 쓰고, 그리고 함께 공부할 학생들이 있으면 도움도 주면서 평생 소홀히 했던 못다한 진짜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너에게 이제 럭키 쎄븐 고희가 찾아왔습니다. 사랑하는 너의 고희에게 이런 생각을 전할 수 있다는 것도 참 행운이지요.
오늘 큰수풀 학교에 가서 기말고사 감독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전부 주관식으로 출제했지요. 중간고사에서 단답식으로 출제했더니 정답률이 너무 높아 변별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글을 좀 써야 하는 주관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학생들이 좀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독서와 글쓰기를 많이 해본 학생은 어떤 문제가 나와도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일찍 집에 돌아와 거룩한 천사의 음성 “희망의 속삭임”을 연주해보았습니다. 2019.12.1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