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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작은 바위 얼굴

작은 바위 얼굴

우리는 누구나 큰 바위 얼굴을 알고 있다. 교과서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과서에 나오지 않아 그런지 ‘작은 바위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큰 바위가 있으면 작은 바위도 있는 법이니 논리상 큰 바위 얼굴이 있으면 작은 바위 얼굴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큰 바위 얼굴의 자세한 이야기는 검색으로 미루고 여기서는 그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작은 바위 얼굴을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예전에 사람들은 얼굴 크고 머리 큰 걸 선호했다. 머리통이 작고 얼굴이 작으면 고민을 했다. 얼굴 작은 사람을 보고 “얼굴이 싸리 잎만 하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너도 머리통과 얼굴이 작은 편이어서 20대 중반까지는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왜 얼굴이 작지? 모자도 제일 작은 치수만 써야 하네. “머리통이 크면 장군감이고, 발이 크면 도선생”이라는 속담도 있었는데, 너는 발이 작아 도선생에는 해당이 되지 않았지만. 머리통이 작아 장군감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몇십 년 지나니 변화가 일어났다. 항간에 특히 여성사회에서는 얼굴이 작아야 미인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그래서 이제 그게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 같다. 남성 사회에도 얼굴이 작은 것이 별 흠결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오히려 얼굴 큰 사람이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얼굴이 하마만 하다”는 비유도 가끔 들린다. 하지만 새로운 속담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너는 너대로 속담을 하나 만들어 본다. “얼굴 작으면 지혜롭고, 발 작으면 부지런하다.” “얼굴 작으면 예쁘고 발 작으면 더 예쁘다.” 하하.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작은 바위 얼굴을 생각하니 전국 곳곳에 있는 석불들이 연상된다. 석불도 마애불은 약간 큰바위를 차지하나 단독 불상은 대개 다 작은 바위들이다. 그래서 얼굴도 전체의 바위 크기에 따라 균형 있게 다듬어진다. 그런데 그 작은 바위 얼굴에서 유난히 크게 나타나는 부분은 귀다. 부처님이 세상의 소리를 잘 듣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나타낸 것 같다. 큰바위 얼굴은 귀가 큰지 모르지만 작은 바위 얼굴은 귀가 크다. 그래서 너는 귀가 큰 작은 바위 얼굴을 더 높게 본다. 2019.10.1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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