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강사
한 열흘 전 어떤 지역 문화재단에 가서 방송언어에 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방송에서 유의해야 할 말들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자리, 그 지역 방송국에 근무하는 분이 나왔는데요, 발음상 아나운서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네가 좀 의아했던 것은 그 남자분이 반바지 차림이었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반바지를 입으면 자기 집에서는 편하겠으나 공식 석상에서는 다리에 털이 숭숭 드러나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데요, 파격이었어요. 아마 네가 구세대라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죠. 하하
아시다시피 언어에는 말과 글 말고도 ‘신체언어(body language)’가 있는데요. 신체 언어는 몸의 동작을 통해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니 외모, 즉 옷차림이 매우 중요하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옷차림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을 어느정도 알 수 있습니다. 떨어진 청바지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데, 너는 떨어진 청바지를 입고 강의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런 바지는 사지도 입지도 않지만 말이죠, 아마 네가 구세대라 그런지도 모르죠. 하하
그 강사분이 입은 반바지가 떨어진 청바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반바지를 보니 화장실에서 막 나온 것 같은 느낌, 무슨 가루가 떨이질 것 같은 비 위생적인 느낌, 뭐 좀 그런 부정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네가 구세대라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거기에서 강의를 들은 분들은 거의 다 여성들이었는데요. 그 여성분들이 남자 강사의 반바지 차림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방송 언어예절, 방송법 규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막말, 욕설, 홍보 등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강의였는데요. 이에 더하여 방송인의 옷차림도 좀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지금도 예쁘지 않은 그 반바지와 맨다리가 눈앞에 아른거리네요. 하하. 2019.10.17.(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