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기록, 그리고 역사
2001년 모 방송에서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기치를 내 걸고 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도서관이 ‘기적의 도서관’이라죠? 그런데 너는 “책, 책, 책, 책을 만듭시다”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 현수막을 대문 위에 걸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네가 ‘기적의 출판사’를 만들고 싶은 건 아닙니다. 요즘 출판업은 사양산업이니까요. 대신 너는 희망의 기록관(archive)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하 창고에 쌓아 둔 책을 꺼내 정리, 진열하고 지금까지 네가 써온 책과 원고들을 정리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여생을 마음껏 공부하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10일부터 현재 거주하는 집 1층을 다 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책꽂이와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재배치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더 사지는 않으려 하는데요, 다만 책장 2개는 꼭 있어야겠네요. 서울서 내려올 때 남을 주고 온 책꽂이가 지금 필요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땐 책을 상당수 버릴 생각이었는데, 한밭에 와서도 책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너를 버리는 날이라야 책도 버릴 수 있을지, 네가 책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아직 희망의 생명이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하.
역사는 기록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록을 많이 버리고 있습니다. 영욕의 역사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일까요? 저는 역사는 정치, 사회문화적으로 위대한 인물만 남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일종의 자기 위로일까요? 저는 그 시대를 사는 서민들이 남긴 책과 기록이야말로 그 시대의 진짜 역사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일기, 편지, 문서, 작품, 그림 등 모든 기록은 그 시대의 진실한 역사라고요. 이런 기록의 바탕이 있어야 그 시대의 진짜 역사가 남을 것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역사가에게만 맡길 일은 결코 아니리고 봅니다. 역사가들은 역사를 의도적이건 아니건 왜곡하기 쉽습니다. 기록이 없을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지금도 정치색에 따라 역사를 달리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지난주엔 규장각에서 ‘방목(榜目)의 진화(進化)’라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방목이란 조선시대 과거시험 합격자명단인데요, 그런 합격자명단은 합격자 가문의 대단한 자랑이었고, 이것이 족보에 포함, 진화되어 오늘날에는 역사 인물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현재는 디지털시대라 ‘한국 역대인물 종합정보시스템(http://people.aks.ac.kr/index.aks)’ 홈페이지가 구축되어 있어 역사 인물 정보를 활용하기에 편리해졌다고 소개해주었습니다. 참 좋은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디 합격자명단뿐이겠습니까? 그 시대 살다간 사람들이 남긴 모든 기록은 그 자체가 역사입니다. 따라서 네가 수집한 책과 기록도 역사임이 분명합니다. 세월이 가면 후손들이 알아서 하도록 수시로 귀띔하고, 살아 있는 한 너의 역사, 너의 가족사, 너의 청소년생활사, 너의 시험사, 너의 직장생활사, 너의 여행사, 너의 연애사, 너의 외교사, 너의 문학사, 너의 미술사, 너의 인류사, 너의 음악사를 써야 하겠습니다. 이번주의 연습곡은 “여행을 떠나요”입니다.
여행을 떠나요.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
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
빌딩 숲속을 벗어나 봐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굽이 또 굽이 깊은 산중에
시원한 바람 나를 반기네
하늘을 보며 노래 부르세.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굽이 또 굽이 깊은 산중에
시원한 바람 나를 반기네
하늘을 보며 노래 부르세.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여행을 떠나요.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 함께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