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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팔 암 서원

‘팔 암’ 서원

팔 암(arm), 영어를 한자식으로 훈독해보았습니다. 서원은 글 書 담 둘러친 집 院, 즉 글을 공부하는 집이죠. 그런데 사람에게는 누구나 기분 좋은 암(arm)이 걸려 있습니다. 암 말미에는 기분이 더 좋은 손이 달려 있죠. 그래서 쾌적한 양팔과 양손으로 우린 무슨 일이든 좋은 일을 잘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호모 사피엔스만의 특징입니다. 우리는 양다리 양발을 발판으로 양팔과 양손으로 인류 문명을 개척해왔습니다. 노동을 하고, 글을 쓰고,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명석한 눈으로 천체물리를 관찰하고, 물질 변화의 원리를 알아냅니다. 지구에 길을 닦고, 우주를 날아다닙니다. 그래서 신을 제치고 어르신, 즉 호모데우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팔암’ 서원은 전남 장성 필암서원의 ‘아재’ 패러디입니다. 하지만 팔암 서원은 필암서원보다 광범하고 영원합니다. 우리는 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인공지능을 만들어 능력을 확장하며 대를 이어 충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기분 좋은 팔 암 양손 열 손가락으로 양자역학부터 우주물리학까지 종횡무진 넘나들며 멋진 일생을 보냅니다. 참 행복한 일 아닙니까? 우리 몸 자체가 행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삶의 조건은 이렇게 좋은데요, 그런데 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도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바로 자네같은 사람들입니다.

어제(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대림에서 학생들의 과제인 역사인물 조사연구 발표를 듣고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보름달(빵)과 딸기우유를 마시고 서울대로 넘어가 터키음식문화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사는 한국에 유학생으로 왔다가 귀화하여 한국여성과 결혼, 행복하게 살고 있는 터키음식 전문점 케르반그룹 대표 오시난 선생, 유창한 한국말로 재미있게 강의를 잘 하네요. 그는 터키문화와 한국문화를 역사적 맥락에서 설명했습니다. 우랄 알타이어족이라는 동질성, 한국전쟁 때 1만 5000명 병력이 참전 1천명이나 전사하며 한국인의 자유를 위해 싸운 이야기,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이야기 등등, 너는 강의를 들으며 여러번 안구를 적셨습니다. 우리와 터키는 형제나라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 말이 실감이 납니다. 강의를 잘 듣고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명함도 받았습니다.

오늘 관악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새삼 느끼는 것은 한국이 경제발전을 좀 했다고 해도 21세기 한국인은 너무 바보처럼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1950.6.25.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어렵게 어렵게 경제를 살리고 자유 민주주의를 가꾸며 21세기에 들어왔는데, 다시 국론이 좌우로 분열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시 각성해야 합니다. 우리 기분 좋은 팔과 다리로 그리고 발과 손으로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만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호모데우스가 되기에는 우린 아직 정치사회적으로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머리가 좋다고, 배달민족이라고 자랑만 하면 뭐하겠습니까? 자유, 평등, 평화, 여기에 소홀히 해도 되는 가치는 없습니다. 좌파건 우파건 이제 힘을 모을 때입니다. 마침 친구가 카톡으로 동영상을 보내왔는데요, 한국전쟁이후 1970년대까지의 우리 시대상을 담은 영상이네요. 친구도 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가 봅니다. 수원역 롯데 2층에서 보리밥을 먹고 열차를 탔습니다. 아, 호모 사피엔스여! 2019.10.3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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