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자유
모든 국민은 시간의 자유를 가진다. 이 말은 헌법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의 자유는 자유권적 기본권의 핵심이다. 시간의 자유가 있어야 공간의 자유도 있다. 시간의 자유가 없으면 이동의 자유가 없어 삶이 속박된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주로 가면 시간과 공간 구분이 없다고 들었다. ‘우주 등방성’, 우주에는 방향도 없다고 한다.
우리 말로 『지리의 힘』이라고 번역된 책의 원제목은 『Prisoners of Geography』다. 인간은 지리의 포로, 즉 공간의 노예라는 뜻이다. 『시간의 역사』라는 책은 인간이 시간의 포로임을 말해준다. 그래서 그 책을 쓴 스티븐 호킹(1942-2018) 박사도 2018년 3월 14일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결국 시간과 공간은 두고두고 인간을 재판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간의 자유를 더 제한한다. 헌법에까지 자유권적 기본권을 정해놓았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시간과 공간의 노예가 된다. 이미 날 때부터 시간과 공간의 포로로 태어났는데 거기에 또 다시 작은 울타리를 치고 더 작은 포로가 된다.
어떻게 하면 시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공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너로서는 도저히 풀수 없는 영원한 숙제다. 오늘 너는 일에 매여 시공간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빈둥거리는 것이 과연 시간의 자유일까?” 일에 골몰하면 시간이 잘 간다. 여행을 해도 시간이 잘 간다. ‘자유의 역설’이다. 그래서 오늘 내린 어설픈 결론은 “시간의 자유를 누리려면 일을하라, 그것도 좋은 일을 하라. 공간의 자유를 누리려면 여행을 하라, 그것도 날마다 하라”이다.
어제 중등 동창회에서 2019년 11월 3일 일요일 ‘묻지마관광’을 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2019.1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