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상담을 해보니 멋 내기 기술은 다양했다. 내가 아름다운 편집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상담자는 DTP과정을 소개해 주었다. 그 과정은 출판 편집 과정으로서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 쿽 익스프레스, 포트폴리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듣기만 해도 복잡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선 필요한 것은 ‘쿽 익스프레스’라고 했더니 상담자는 몇 분 강사에게 물어보고는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을 배우지 않고는 퀵 익스프레스과정을 따라갈 수 없다고 알려왔다. 기초가 있어야 배울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너무 서둘지 않기로 마음먹고 일러스트레이터과정에 일단 등록을 했다. 주 5일 연속하여 오전에 1시간 30분씩 연습하는 과정이다. “그래 잘했다. 배우자. 배워보자. 순발력은 떨어지겠지만 배워서 안 될 것은 없겠지.” 각오를 단단히 한다. 2월부터 1달간 열심히 해서 감이라도 잡으면 그게 어딘가. 그걸 바탕으로 연습 연습하다보면 6개월 후 예쁜 편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며 지금 2월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하고 싶은 데 모르면 그것처럼 답답한 게 없다. 할 줄을 모르면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데, 그러자니 나의 의도가 잘 반영되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은 “내 손이 내 딸”이라는 말은 자주 하셨나보다. 딸을 시켜서 했으면 좋겠으나 여의치 않으니 내손이 딸이 할 일을 그냥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아날로그적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내 손이 내 딸”이 될 수 있겠지만, 디지털로 오면 어려워진다. 딸의 디지털 손놀림을 ‘내 손’이 하는 것은 100% 불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나처럼 딸 없는 손은 더 말해 무엇 하랴.
참 나. 요즘 와서 새삼 ‘딸딸이 아빠’가 부러워진다. 딸이 둘 있어 효녀라면 ‘내손이 내 딸’이 아니라 ‘내 딸이 내 손’이 될 수 있을 것이니 예쁜 책 편집도 해달라고 하고, 등 안마도 좀 해달라고 하고, 심심할 때 재잘거려 달라고도 하고..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한 충청도 친구가 내 귀전에 다가온다. “모르는 소리 마시유, 지금이 어느 땐디 딸이 아부지 그렁거 수발드는 사람 봤시유? 꿈 깨시유.”(2008.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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