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알밤
1960년대에 앨범(album)을 ‘알밤’으로 발음한 친척 형이 계셨다. 그 때 너는 그 말을 듣고 배꼽을 잡고 웃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앨범이란 말 대신 알밤이라고 하면 또 하나의 새로운 의미가 부가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앨범 그리고 알밤, 둘이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앨범은 우리 삶의 결실이요, 알밤은 밤나무의 위대한 결실이다.
오늘 뜻 밖에도 엊그제 찍은 빛바랜 사진을 밴드앨범으로 받았다. 시간이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 감회라고 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로 빛바랜 사진을 보니 마치 1900년대 멋쟁이 도산 안창호 선생 그 시절의 사진을 보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하하. 요즘은 포토샵이나 각종 희한한 소프트웨어가 있어 시대고 뭐고 다 초월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임의로 고서를 만들 수도 있고, 디지털 북을 만들 수도 있다. 정말 이런 현상을 보면 영겁의 시간이 따로 없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하하.
엊그제 월요일 또 케이선생으로부터 훈민정음 해례본 2014년 목판 인출 본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정말 갖고 싶었었는데 뜻밖에 받은 선물이다. 너는 2015년에 교보문고에서 간송미술관 소장본 훈민정음 영인본을 25만원에 사서 가지고 있는데, 그리고 그 영인본은 사침철장법이라 우리 고서의 기준에 맞지 않은 것이었는데, 엊그제 선물 받은 2014년 목판 인출 본은 정말 품질이 환상이다. 마치 세종때의 금속활자 인출 본처럼 느껴지는데, 너는 진짜 고서 같은 그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와! 각수, 각수,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던 그 각수를 다시 보게 되었다.
각설하고 우리들의 문제는 고서건 현대서적이건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이 모양이 좋다고 만지고만 있으면 아무런 실익이 없다. 책 속에 담긴 내용을 파악하고 음미하여 그 진정한 콘텐츠를 깨닫고 실천하고 전달하는 일, 이게 바로 교육일 것이다. 교육 정말 중요한 일 아닌가? 다시 말해 책의 목적은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형식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의상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실속이 없을 수도 있는데 그래서 내용과 포장이 다 아름다운 책과 사람을 우리들은 원한다.
사진, 앨범, 일기, 편지, 시, 소설, 콩트, 희곡, 시나리오, 그리고 책, 도서, 음악, 미술, 체육, 실과, 이 모두는 우리 인생의 앨범이요, 역사요, 편집후기가 아닐까? 오늘(2018.5.1.화) 밤 11시에 문화방송 피디수첩에서 조계종 스님들의 부정과 외도가 적나라하게 공개되었다. 그들이 정말 그랬나?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육체적 인간이어서 그랬나? 그러게 실속은 없고 의상만 스님이었나? 그래서 너는 “스님의 헤어스타일”이라는 책 원고를 완성해 놓았는데 출판비가 없어 출판을 못하고 있네. 하하. 2018.5.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