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삼이네 이발소
일요일이다. 10여년 된 구두 두 켤레를 길거리 의류 수거함에 기증했다. 그리고 전철을 탔다. 목적지는 종로 3가. 불교대전 번역 원고를 교정하며 동호대교를 건넌다. 너는 종로 3가를 종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이발소를 종삼이네 이발소라고 부르기로 했다. 너대로 작명. 하하. 탑골공원을 끼고 있는 종삼거리는 실버들의 집합소다. 그래서 그곳 이발소 이발요금은 저렴하다. 커트는 4천원, 염색은 5천원. 단돈 9천원이면 이발과 염색을 다 할 수 있다. 염색요금은 염색약 선택에 따라 다른데 일반염색은 5천원, 오징어먹물염색은 7천원, 허브 염색은 1만 7천원이라 했다. 너는 오늘 오징어먹물염색을 해보았다. 오징어냄새는 나지 않았다. 커트와 염색이 1만 1천원. 오랜만에 이발과 염색을 다 하니 개운한 느낌, 거리로 나와 포장마차에서 커피를 한잔 했다. 너는 카페 커피보다 거리 커피를 좋아한다. 값도 저렴하고. 커피 값은 500원. 예전에 500원, 500원, 하던 개그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곧 방향을 틀었다. 봄비가 조금씩 내린다. 작은 우산을 받고 인사동 거리를 걸었다. 봄비와 함께하는 너의 문화가 산책? 지나다 서예연습용 두루마리 판을 하나 샀다. 4천원인데 붓에 물만 묻혀 글씨연습을 할 수 있는 서예연습장이다. 먹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글씨 연습을 할 수 있어 청결 유지에 좋을 것 같다. 또 지나다가 5천 원 하는 스카프도 하나 샀다. 요즘 일교차가 커 아침저녁으로 서늘할 때 목에 두르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 까만 바탕에 꽃무늬가 있어 여성 스카프처럼 예뻐 보이는데 그냥 사서 목에 둘렀다. 염색도 했겠다, 꽃무늬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거울을 보니 훨씬 젊어 보이네. 하하. 어느덧 오후 4시, 점심을 먹지 않아 배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나주곰탕집에 들러 곰탕을 한 그릇 했다. 곰탕에 밥과 김치를 넣고 마치 짬뽕처럼 말아 후룩후룩하니 온 몸에 평화가 왔다.
5호선 전철을 타고, 천호에서 8호선을 갈아타고 가락시장에 내려 곧장 집으로. 하지만 너는 또 초록에 취해 비 나리는 건너말 공원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초록을 감상하다보면 오른 쪽 눈에 생긴 모기현상[飛蚊症]도 완전히 나을 것이다. 약 한달 됐는데 지금은 원래보다 많이 좋아졌다. 너는 회복력이 빠르니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흰 철쭉, 분홍 철쭉, 철쭉꽃이 만발한데 어떤 철쭉덤불에는 꽃이 별로 없다. 아마 꽃봉오리가 맺힐 무렵 날씨가 추워 몸살을 했나보다. 사진을 몇 장 찍은 다음 너의 도서관에 들어와 큰 대자로 휴식을 취했다. 머리가 맑아졌다. 다시 불교대전 번역작업을 해야지. 2018. 4. 22(일).
추위에 몸살을 앓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