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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풍경소리 목탁소리

풍경소리 목탁소리

 

성불사 깊은 밤이 아니라도 풍경소리는 그윽하고 아름답다. 풍경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치는 게 아니라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악보 없이 연주하는 청량한 노래다. 그래서 그 이름에 바람 풍자가 들어갔다. 바람은 미리 준비된 악보가 없어도 강약을 절묘하게 조절하며 경쾌한 멜로디를 낸다. 그래서 너는 풍경소리를 들을 때면 시인詩人이 된다. 사실 는 절[]에서 말한다[]는 뜻이지. 절에서 말하는 사람이 시인詩人이지. 절에서는 좋은 말만 하지. 그래서 시인은 좋은 말만 해야 하는데, 절에 다니지 않는 시인들은 이상한 말도 많이 하더라고. 하하.

 

목탁은 문자 그대로 나무[]로 만든 종[]이다. 자고로 종은 보통 청동, 쇠붙이로 만들지만 나무로도 만들었다. 그래서 쇠로 만든 북이라고 쇠북 종이라고 풀지. 너의 경우 사전을 찾기 전에는 목탁이 종인 줄을 몰랐었지.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고 목탁이 종이라는 것을 알고 무척 기뻐했지. 너의 이름에 종이 들어 있어 그랬던 것 같지. 무릇 종의 기능은 잠든 세상을 깨우는 것, 학교 종, 교회의 종, 에밀레종. 범종, 목탁 등등.

 

절에서 스님들이 목탁 반주에 맞추어 독경하는 소리를 들으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잡념은 없어지더라고. 너는 스님의 독경 소리를 들을 때마다 스님들은 음치라고 여기게 되는데. 옛날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자장가 같은 멜로디. 하하. 그런데 목탁 반주가 들어가는 순간 독경은 훌륭한 음악이 되는 것 같더라고. 하하. 그래서 너는 요즘 만 원짜리 목탁을 조석으로 연주하며 아무 책이나 스님처럼 읽어본다. 교스님이니까. 하하. 어제 케이선생이 정성껏 복사 제본해서 보내주신 한용운의 불교대전을 받으니 참 기쁘더라고. 이제 케이선생의 법공양을 받았으니 열심히 공부해야지. 공부란 결국 인생 공부니까. 하하하. 201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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