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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봄의 파라다이스

봄의 파라다이스

 

봄은 보다의 명사형입니다. 그래서 봄은 세상을 보는 계절인가 봅니다. 땅 밑에서 나뭇가지에서 동면하던 생명들이 일제히 깨어나 따스한 봄의 광명을 보러 나옵니다. 우리 인간들도 저 어여쁜 생명의 새싹들을 보며 한껏 희망을 품습니다. 움츠렸던 겨울과는 흔쾌히 작별하고 온 생명과 함께 아름답게 살아갈 로드맵을 그립니다. 아마 이런 게 도()일까요?

 

봄이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꽃입니다. 모두들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라는 뜻인가 보아요. “아름답게 살아가세요.” 이게 모든 꽃들의 공통된 꽃말이 아닐까 싶습니다할미꽃마저 예쁜 새봄이니까요. 봄이 그 다음에 보여주는 것은 연초록의 잎 싹입니다. 잎 싹들은 본능적으로 꽃들과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지요. ‘잎싹이라는 단어 조합은 소설 마당을 나온 암탉에 나오는데요, 바로 엄마가 되고 싶은 주인공이랍니다. ‘잎싹은 양계장에서 무정란만 생산하다 기능을 다해 버려진 후 폐계 구덩이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납니다. 그리고 노숙자의 길을 걸으며 엄마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던 중 찔레 덤불 밑에 있는 한 알을 품어 엄마의 꿈을 이룹니다. 비록 오리엄마가 되긴 했지만요.

 

그건 그렇고, 일단 꽃들과 잎 싹들이 조화를 이루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생화학적 하모니를 연출하며 또 한 해의 대 역사를 시작합니다. ! 대자연의 역사, 역사, 더 히스토리 오브 네이쳐(The History of Nature)! 하하. 영어 써서 죄송해요. 봄이 오니 너무 마음이 들떴나 봐요. 그래도 마음은 무딘 것 보다 들뜰 줄 아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우리네 인생도 연년세세(年年歲歲) 봄처럼 희망을 가지고 들떠 멋도 부리면서 온 생명을 사랑할 줄 알아야 삶에 낙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고 감정이 무디면 옆에 낙원이 찾아와도 그게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를 것 같거든요.

 

사실 이승과 저승은 동전의 앞뒤와 같이 동일한 실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전의 앞뒤가 재질은 같고 무늬만 다르듯이 우리네 인생도 이승과 저승이 재질은 같고 무늬만 다른 게 아닌지 상상해봅니다. 즉 이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우리의 심체(心體)를 직지(直指)하여 아름답게 가꾸고 선업을 쌓는다면 우리는 지금 이 현실에서도 한 바탕 아름다운 파라다이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한 파라다이스는 집에서도, 절에서도, 농촌에서도, 도시에서도, 세상 어디에서도 스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한용운 스님이 <불교대전>에서 인용한 여래장경(如來藏經)을 보니 이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현할 수 있는 일일 것 같더라고요. 누구나 자기 안에 부처가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인생의 파라다이스가 실현될 것 같아서요.

 

살아생전에 부처의 마음가짐으로 선업을 쌓아 동전의 한 면을 아름답게 가꾸어 파라다이스를 만들고 도피안교를 건너갈 때 그 동전을 가져가서 생전에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여 다른 한 면을 아름답게 마무리한다면 그게 곧 극락이 되는 건 아닐지 상상해 봅니다. 결국 이 삶에서 파라다이스를 만들면 피안에서도 극락을 만들 것이라는 연속성 이론이라 할까요. 오늘 8호선 모란역에서 법구경에 나온다는 다음과 같은 아주 좋은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열매

악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 사람도 복을 받는다.

그러나 악의 열매가 익을 때에는 악한 사람은 죄를 받는다.

 

선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착한 사람도 화를 만난다.

그러나 선의 열매가 익을 때에는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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