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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송파도서관과 개롱역, 그리고 고전 해제

송파도서관과 개롱역, 그리고 고전 해제

 

오늘도 추워서 외출을 했다. 점심을 해결하고 추운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고, 일단 근처에서 들깨 메밀국수로 점심을 먹고, 3호선 열차로 세상을 관조하다가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잠실로 갔다. 훈훈한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아무 것도 사지 않고 서점을 나왔다. 잠시 쉼터에서 커피를 한 잔 빼 마신 다음 책을 빌려보자고 마음먹고 칼바람이 부는 지상으로 나와 송파도서관행 3317 버스를 탔다. 오래된 도서관이 좋은 점은 서점에는 없는 오래 된 책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 목표한 책은 한국의 명저. 이 책은 초판이 1980년에 나왔는데 너는 1986년에 대학원 다닐 때 종로서점에서 샀다. 그런데 글자가 작아서 불편해 개정판을 빌린 것인데 가독성이 훨씬 개선되어 있었다. 내친 김에 2017년 간 오늘부터 수채화 & 캘리그라피라는 책도 빌렸다. 그림 그릴 때 참고하기 위해. 하하.

 

그런데 교통사정을 가만 보니 송파도서관은 5호선 개롱역에서 가까웠다. 그래서 앞으로는 요금을 내야 하는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개롱역으로 가서 열차를 타고 한 정거장 지나 오금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탔다. 3호선은 경찰병원역과 가락시장역으로 바로 연결되니 너의 동네다. 아하, 앞으로는 버스 대신 열차를 이용해야 되겠군. 새로운 발견이다. 개롱역의 개롱開籠은 농을 열다, 라는 뜻이라 한다. 조선시대 임경업 장군이 어디서 궤짝을 주어와 열어보니 무슨 갑옷이 나왔다나, 그래서 그 지명이 개롱이라는 것이다. 개롱, 개롱, 개롱 하하. 송파도서관이 친절하진 않지만 오래된 책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니 앞으로는 전철로 종종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가락시장역 인근에서 저녁까지 해결하고 왔다.

 

한국의 명저는 너보다 1세대 이전의 학자들이 고대부터 근대까지 우리나라의 고전 114종을 간략 해제한 책이다. 서지학적으로 충실하지 않은 부분, 내용이 충실하지 않은 부분도 눈에 띄지만 그런대로 우리 고전을 일별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책이다. 어제 서점에서 보기만 하고 사지 않은 책으로 읽는 조선의 역사는 조선시대에 나온 책 26종을 해설해 놓았는데 내용은 충실해 보이나 우리 고전을 망라한 것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 앞으로 고전에 밝은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의 전체 고전을 살펴 서지학적으로 충실하게 근원을 밝히고 현대국어로 해설할 의무가 있음을 느낀다. 네가 서지학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고전을 1종 씩 해제하라는 과제를 내준 것도 사서는 고전을 충실하게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것이다. 2주 전부터 학생들의 발표를 들어보니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의의도 있어 보인다. 학생들의 마인드 형성 및 지속성 여부가 문제이겠지만. 2018.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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