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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낡은 에너지의 충전 그리고 파란 책 삼국유사

낡은 에너지의 충전 그리고 파란 책 삼국유사

 

노인복지관은 마치 오래된 동물의 왕국 같습니다. 노인들이 신체의 균형을 잃은 채 나름 분주히 오가는데 다들 침팬지를 닮았습니다. 오래되면 원시인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걸까요? 하하. 그런데 아직 상당한 피지컬 에너지가 있어 탁구, 포켓볼, 댄스, 노래 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는 복도 벤치에 앉아 마치 외계인인 것처럼 다른 실버들을 감상하며 저들이 모두 무정한 세월의 한 모퉁이를 코너링하고 있구나 하는 다소 고답적인 사유를 해보았습니다. 하하. 점심식사 배식 시간을 기다리느라 무료했는데 노인의 행태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네요.

 

즐거운 식사시간입니다. 줄서서 기다리는데 여성노인 분들의 새치기가 심합니다. 식판을 받아 자리에 앉습니다. 그런데 여성노인 분들이 반찬투정을 많이 하시네요. 네가 볼 땐 3천 원짜리 밥 치고는 참 좋은 영양밥인데, 남자노인들은 아무 불평 없이 맛있게들 드시는데, 시어머니 아니랄까봐 그저 잔소리. 저러니 며느리들한테 대접 못 받지. 쯧쯧, 하하.

 

너는 복지관 식사를 맛있게 하고 다시 전철을 탔습니다. 영등포 교보문고에 가서 연세대학교 박물관에서 만든 <파른본 삼국유사 교감>이라는 책을 샀지요. 왜 영등포 교보문고까지 갔냐하면 서울에선 그 책이 거기밖에 없다고 해서요. 돌아오는 전철에서 해제부분을 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도 교감만 했지 우리말 번역을 하지 않아 젊은 사람들은 잘 읽지 못하겠네요. 파른본 삼국유사에 대한 쉬운 우리말 번역이 필요해보입니다. 그리고 고전을 번역을 할 때는 원문 대조가 꼭 필요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18.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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