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위례라듸오』 송년회
『두근두근 위례라듸오』는 위례세계동화도서관에서 만든 위례문화네트워크 형성 및 발전에 목적을 둔 간행물입니다. ‘라듸오’는 현재 맞춤법에 맞지 않지만 옛 맛을 담기 위해 그렇게 표기 했다고 합니다. 문화란 예로부터 내려오는 고전 문화에 현재의 정보문화를 버무려 어우러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나름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엊그제 위례세계동화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2017년 12월 27일 뜻있는 위례 사람들이 모여 『두근두근 위례라듸오』 창간 기념 송년모임을 갖는데, 그 모임의 한 프로그램 ‘보이는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토크쇼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면 좋을지 사전 조율을 위해 간 것입니다.
텔레비전에서만 본 토크쇼를 직접 하게 되니 방송에 나오는 건 아니지만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20대부터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 꿈이 실현되나봅니다. 하하. 특히 동네도서관에 대하여 너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겠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전에 국회도서관에 보낸 다음의 서평을 골격으로 우리나라의 도서관 전반에 대한 희망적인 의견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동네 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도서관을 넘어서
우리는 누구나 동네에 살고 있다. 시골 동네건, 도시 동네건.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만나 소통하는 것이다. 혼자 하루 종일 집에 있어 보라. 살맛이 나는지?
정말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관한 비전문 서적 한권을 읽어보았다. 책 이름은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이다. 빌게이츠에게서 들어봄직한 책 제목이다. 이 책은 일본의 개인 도서관에 관한 소소한, 그러나 알찬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리는 도서관이라면 으레 큰 건물을 연상한다. 넓은 열람실이 펼쳐져 있는 조용한 학습 분위기의 무료 공부방, 몇 십만 아니 몇 백 만권을 자랑하는 많은 장서가 있는 공공, 대학, 국가도서관, 적어도 우리나라 일반국민들의 마음속에는 학창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인된 도서관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그려져 있다. “도서관은 공부하는 공간”이거나 아니면 “자료를 수집, 정리, 보존, 이용시키는 커다란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저자의 도서관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는 180도 다르다.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소통하는 곳이라는 걸 저자는 실천으로 항변하고 있는 것 같다. 장서가 많을 필요도 없다. 사람이 모이면 된다. 저자에 의하면 도서관은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열 수 있다. 책과 만나고, 사람과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커피도 마시고, 그렇게 살아가는 가운데 저마다 훈훈한 인간미와 행복을 느끼는 곳, 그게 바로 동네도서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사서도 아니면서 도서관 밖에서 도서관을 정의하고, 도서관 밖에서 새로운 도서관을 만들고 있는, 그러면서 도서관 개관에 뜻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서관 설립을 자문까지 해주는, 도서관계에서 볼 때는 좀 ‘주제넘은’ 인물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서들이 보면 이 분은 도서관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동을 자유롭게 하고 다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개인 가옥에도, 서점에도, 커피숍에도, 대학에도, 호텔에도, 사찰에도 기존의 도서관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도서관을 만드는 데 열성적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 도서관들은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진화되어 왔다. 우선 도서관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도서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문헌정보학 전공자든 아니든 저마다 여러 좋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문화재단 및 개인들이 크고 작은 도서관을 열고 있다. 우리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의 활성화 측면에서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도서관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사서공무원 정원은 묶여 있고, 그래서 비전문 임시인력으로 도서관의 일을 땜질하라고 하고, 예산은 부족하고 등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은 도서관의 종류를 불문하고 우리 앞에 놓여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공공도서관에 대한 중앙정책부서의 이원화, 민간위탁으로 인한 공공경영의 혼선, 심심찮게 일어나는 도서관의 명칭변경, 사립도서관들에 대한 지원 미미, 대학도서관 진흥의 답보,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의 ‘왕따’,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어울려 돌아가고 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우리 도서관의 경영 현실에 대하여 하나의 색다른 나침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무슨 물건이든 그 기능이 없어지면 버려야 한다. 자동차가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움직이지 않으면 필요가 없다. 또 좋은 디자인과 성능을 가진 자동차라도 모셔두기만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의 도서관은 이 둘 중 하나와 비슷하다. 고장 난 자동차처럼 잘 움직이지 않는 도서관, 그리고 물건을 아끼느라 잘 관리만 하는 도서관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이제 동네도서관이 답이다. 큰 도서관은 큰 도서관대로 그 기능을 살리고, 동네도서관은 동네방네 소통의 공간으로서 뜻있는 사람들이 문을 열어놓고 사람과 사람이 책과 함께 대화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제6장 동네도서관의 철학’에서 “큰 냄비를 만든다고 맛있는 카레를 끓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큰 도서관이 모든 기능을 다 할 수는 없다. 이는 큰 도서관이 동네도서관보다 못하다는 뜻이 아니라 도서관의 요체는 역시 사람이라는 뜻이다. 도서관은 크든 작든 사람들이 서로 행복한 대화를 나누면서 살아가는 곳이라야 한다. 여기도 도서관, 저기도 도서관이 있어 그곳에서 사람들이 인간적 수다를 떨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학(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문학을 실현하는 곳이 바로 동네도서관임을 이 책을 통해서 새삼 깨달았다.
자료 : 국회도서관. 『도서관이 권하고 전문가가 평하다』 . 2016. 92-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