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컬럼

호림박물관

호림박물관

 

오늘도 고려사경에 관한 자료를 구하러 돌아다녔다. 이번 토요일(129) 서지학 수업 때 학생들에게 사경의 어제와 오늘을 좀 더 실감나게 영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하하. 아침 720, 카톡 소리에 잠이 깼다. 수원 사는 죽마고우가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있느냐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래서 오늘 호림박물관에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되물었더니 감사하다고 했다. 동문서답 같지만 동의한다는 뜻. 1130분에 친구를 만나 가락시장 유명식당에서 조기찌개로 위장을 장엄하고 식당 아주머니에게 옆구리 찔러 커피를 얻어먹고 전철을 탔다(실제로는 옆구리를 찌르지 않았다). 목적지는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거리가 멀지 않아 오후 1시경에 그 역에 도착하여 인터넷에서 시키는 대로 5번 출구로 나가 400미터 직진, 우회전하여 200미터 직진하니 금빛 화려한 건물이 나타났다. 사립박물관 치고 규모가 크고 건물도 현대식이다.

 

좁고 어두컴컴한 현관으로 들어가니 안내원이 있었다. 관람료는 일반 8천원, 경로 5천원, 친구가 다 냈다. 19세기 특별전을 하고 있는데 4층부터 내려오며 보기로 했다. 그게 정상 코스인가 보다. 4층에 안내원과 도록 기념품 매점이 있었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기획 전시한 전시물 도록을 판매하고 있었다. 사경에 관한 걸 찾아보니 불교미술명품전이라는 도록이 있고, 그 속에 호림박물관 소장의 사경 도판이 많이 있고, 불교미술과 사경에 관한 논문도 2(문명대 교수, 고 천혜봉 교수) 실려 있었다. 값은 4만원, 비싸지만 목표로 했던 자료라 사버렸다. 이제 목표를 달성했으니 전시물은 대충대충 사진을 찍으며 감상했다. 연적, 병풍, 도자기, 서예작품 등 4, 3, 2층을 보았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상설전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반년동안 기획전시를 하고 나면 이런 전시물들은 또 창고로 들어가나 보다. 그래서 사경의 실물은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직원에게 물으니 경비원이라서 그런지 전시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상설전시는 신림동 본관에서 도자기 중심으로 한다고 했다. 사경 실물을 보려면 또 사경 특별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박물관은 성보화학에서 성보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한다고 한다. 성보화학은 개성 출신 고 윤장섭(1922-2016) 선생이 설립한 농약관련 회사라는데 윤회장은 돈을 많이 벌었을 뿐 아니라 고미술품을 좋아해서 국보급을 포함, 이렇게 많은 귀중 유물을 수집 전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아들들이 이어서 회사와 재단을 경영하며 아들 중 한 분은 현재 서울공대 교수라고 한다. 참 개성상인은 대단한 분들이 많았나보다. 일전에 서울대 규장각 강의(노관범 박사)에서도 개성상인들은 돈을 벌면 국가적인 교육문화 사업을 과감하게 지원했고 스스로도 열심히 연구하여 훌륭한 기업인 문인 학자들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 분도 그런 사례인 것 같았다.

 

사람이 부유하면 자만하기 쉬운데 개성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돈도 벌고 공부도 하고 교육문화도 발전시키고, 부자들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던 것이다. 지금껏 잘 몰랐던 개성상인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특히 근대적 도서관 중경문고를 개성상인이 설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렇게 멋지게들 사셨을까?

 

19세기에는 국가적 혼란으로 예술이 없었을 것 같은데 오늘 호림박물관 19세기 특별전을 보니 19세기 우리 예술도 화려했다. 빛나는 고구려, 고려의 정신,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우리는 그 후손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하겠다. 그리고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바탕삼아 더욱 찬란한 21세기 문명을 꽃피울 수 있도록 우리의 시대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인생의 전성기는 65세부터 75세라고 97세 김형석 교수님이 말씀하셨으니 너는 지금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하하. 박물관 덕분에 사경을 헤매지 않고도 사경자료를 제법 찾았으니 오늘 발품 판 보람이 있다. 이제 밤새 읽어야한다. 하하. 2017. 12. 6().

 

 

 

 

'수필/컬럼 >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틴어 수업 단상  (0) 2017.12.18
피천득 기념관  (0) 2017.12.18
좋은 세월  (0) 2017.12.03
차세대 고전 교육  (0) 2017.11.19
사랑하는 도서관, 사랑받는 도서관  (0) 2017.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