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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좋은 세월

좋은 세월

 

백년도 못사는 인생이라지만 너의 느낌에는 사는 동안 무수한 세월이 오고간다. 무술년, 서기 2018, 단기 4351, 불기 2562, 또 좋은 세월이 왔다. 글로벌 위험사회라지만 그래도 지구는 돌고, 온 생명들은 살아난다. 북빙양이 녹아가고, 발리 화산이 분출하고, 경주(5.8)와 포항(5.4)에 지진이 났어도 세월은 너의 곁에 마냥 그렇게 오고 또 간다. 색즉시공(色卽時空), 대신 를 넣어본다. 세월은 시간과 공간인 것 같기에.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간과 공간,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의 시간과 공간, 시간과 공간은 영원한데 우리들의 느낌은 각자가 다 다르다. 좋은 느낌, 힘든 느낌, 그리운 느낌, 허전한 느낌. 온갖 인연의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욕심에 사로잡혀 살기 때문일까? 그래서 좋은 세월을 만들려면 부처님 말씀대로 이런 모든 욕심을 버리고 삶의 시공(時空)을 맑고 밝게 비워내야 하나보다.

 

예전 어르신들의 유교적 가르침도 대부분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조선 후기 영조가 후손을 가르치고자 만든 책 御製自省編의 첫머리는 다음과 같은 문구로 시작된다.

一身之主 萬化之本

順理則公 從欲則私

한 몸 마음가짐이 만사를 해결하는 근본이다.

순리에 따르면 공이 되고 욕심에 따르면 사가 된다.

 

그리고 불교의 실천수행 덕목인 육바라밀도 인류에게 이 좋은 세월을 아름답게 살라는 가르침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월은 언제나 좋은 세월이다. 하지만 좋은 세월이 저절로 나에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세월을 좋은 세월로 만들려면 내가 먼저 좋게 변해야 한다. 좋게 변한다는 것은 마음을 잘 잡고 진리를 깨달아 부지런히 실천하는 것이다. 좋은 세월도 결국 내 마음의 문제다.

 

사전을 찾아보니 육바라밀은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이다. 한자말이어서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고전을 공부하는 학자들은 어려운 옛 글을 현대말로 쉽게 풀어줄 책임이 있다. 성인, 선현들의 좋은 가르침들이 어려운 언어로만 존재한다면 우리 생활로 다가오기 어려우니 이를 쉬운 말로 다시 풀어주는 것이 인문학자의 의무 중 하나다. 물론 불교 고전들은 스님들이 법문을 통해서 아니면 불교대학을 통해서 어려운 한문 불전을 해설하여 주신다.

 

육바라밀은 쉽게 설명하면 좋은 세월을 만드는 여섯 가지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이드라인 가운데 먼저 알아야할 것은 반야바라밀인데 반야는 지혜를 뜻하며 바라밀은 산스크리트어 파라마(parama: 최고)’를 한자로 음역하여 波羅蜜(파라밀)’이라고 쓰고 바라밀로 읽은 것이다. 육바라밀은 말하자면 6가지 으뜸 되는 불교의 실천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시(布施)는 남에게 재물을 주고, 진리를 가르쳐주고, 두려움을 없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며, 지계(持戒)는 계율, 즉 법률을 잘 지키는 것, 인욕(忍辱)은 상대방의 적대 행동에 대하여 모욕을 참아내는 것, 정진(精進)은 깨달음의 길을 향해 부지런히 전진하는 것, 선정(禪定)은 명상으로 정신을 통일하고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이렇게 육바라밀을 실천함으로서 우리는 좋은 세월, 반야의 지혜로운 세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불자여러분, 무술년 새해에도 우리 육바라밀을 잘 실천하셔서 좋은 세월 행복한 세월 지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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