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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무구정광과 셀프복지

무구정광과 셀프복지

 

살다보니 셀프복지가 필요해 보인다. 자신이 아니면 본인의 삶을 멋지게 살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부도 인간관계도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걸 누가 모를까? 그래서 오늘도 셀프복지를 만나러 간다. 먼저 송파노인복지관에 좋은 점심을 먹으로 갔다가 바자회를 만났다. 먹거리, 옷가지, 신발, 액세서리 등 저렴한 생활용품이 많았다. 너는 우선 비 바자 품목인 3천 원짜리 평소 점심식권을 한 장 산 다음 바자회를 구경했는데 네가 살건 별로 없었다. 그래서 2층 자료실로 올라갔다.

 

자료실에서 일전에 점찍어 둔 역사용어사전을 다시 꺼내 약 1시간가량 살펴보았다. 몇 가지 관심이 가는 용어들을 찾아보고 향후의 활용방안을 구상해 보았다. 책과 도서관의 역사를 쓸 때, 그리고 서지학 용어해설 교재를 쓸 때 활용할 수 있을만한 용어들을 색인에서 찾아 해당 페이지를 메모해 두었다. 그리고는 본래의 목적인 점심을 해결하러 1층 현관으로 내려오니 배식시간 5분 전이었다.

 

그래서 다시 바자회를 한 번 더 구경하는데 2천 원짜리 실내 슬리퍼에 시선이 멈추었다. “옳지, 이거나 하나 사자, 매주 금요일 규장각에서 강의를 듣는 2시간 동안 구두를 신고 있으면 발이 답답한데 이 슬리퍼를 신고 있으면 발이 편안하겠다.” 싶어 한 켤레 사서 상표를 뗀 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는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는 관악산 규장각으로 고고!

 

관악캠퍼스에는 한 열흘 전부터 단풍이 서서히 내려와 풀과 나무들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그 예쁜 색상의 갖가지 아름다운 나무가 바람결을 타고 아름다운 시청각 교향곡을 속삭이듯 연주한다. 그 교향곡은 너에게도 컬러풀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이럴 때 가을은 정말 감사하고 아름답다. 무구정광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티끌 없는 깨끗한 맑고 밝은 마음, 여기에 무슨 돈이 필요한가. Ah! colorful & bright welfare!

 

일전에 노인 대상의 방송대 강좌에서 강사가 제시한 신조어가 생각난다. 노인이란 말 대신 시니어 시티즌이 어떠냐고, 영어지만 의미는 좋지 않으냐고, 그러면서 노인도, ‘NO‘KNOW이 있다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NO은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지만 ‘KNOW은 지식인이라고, 그러면서 지식인인 노인이 한분 돌아가면 도서관이 하나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1, 2 있는 말씀이었다. 지식인의 타계는 도서관 한 관의 소멸과 같다. 그래서 1은 늙어서도 지식과 지혜를 가꾸어야 하는 점에서, 2는 사람은 지혜로운 책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맞으니 12가 다 있다고 느껴졌다. 학자들은 보통 일리(一理) 있는 말씀만 하기 쉬운데 그 강의에서는 일리(一理)도 있고 이리(二理)도 있는 것 같았다.

 

‘KNOW’, 시니어 시티즌의 책임은 막중한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노인이 사회와 자신을 위해 복지를 창출 제공하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하고 책을 써야 한다고도 생각되었다. 즉 셀프 복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쓰지 않으면 생전에는 사람 책일지 모르지만 사후에는 책이 될 수 없다. 그러니 노인이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있는 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책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출판은 못한다 해도 최소한 기록을 남겨 놓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주의할 것은 글을 쓰는 그 마음에 티끌이 없어야 하며, 옹고집이 없어야 하며, 우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구정광은 최상의 셀프복지다. 2017.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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