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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정성이 가득한 공짜 이발

정성이 가득한 공짜 이발

 

오늘 송노복(송파노인복지관)에 가서 이발을 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나와서 공짜로 이발을 해주는데요, 공짜라고 대충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어떻게 해드릴까요?, 물어보는데,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 하니, 이발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그래서 한 달 조금 넘은 것 같은데요, 했더니, 그럼 한 달 치 한 1센티 깎아드릴게요, 했습니다. 앳된 젊은 여성인데 말하는 것도 귀여웠습니다.

 

곧 이발을 시작했습니다. 오른 쪽 옆머리부터 조심스럽게 깎더니 그 다음 왼쪽 옆머리 그리고 그 다음에는 뒤통수 머리를 깎았습니다. 그리고는 몇 가닥 남지 않은, 제법 길게 자란 장백 머리를 들어 올리더니 여기도 좀 쳐 드릴까요? 했습니다. 그래서 네네, 하니 거기도 조심스럽게 가위질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치 영화 찍을 때 하얀 종이를 대고 레디, ! 하듯이 너의 머리 뒤에 밤색 천을 대고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여러 번 그렇게 하느라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혼잣말로 뭐라 뭐라 구시렁대던 할머니가 독촉을 했습니다. 어서 나도 좀 해주시오, 하고. 그랬더니 네, 어머니, 쫌만 기다리세요, 하고는 본인의 마음에 들 때까지 너의 머리를 정성껏 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되레 너보고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너도 고마워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랬지요.

 

그 미용사는 체격은 자그마한데 얼굴이 예쁘장하면서도 성깔은 좀 있게 보였습니다. 그래도 일을 할 때는 정성을 다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혈액형이 O형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너의 아내도 O형이었으니까요, 하하. 그러면서 너는 속으로 앞으로 잘 살 수 있겠구먼, 하고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은 저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발 한 번 받아보고 너무 과도한 칭찬을 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니에요. 딱 보면 알 수 있는 게 사람인데 이발하느라 30분을 겪었잖아요. 참 괜찮은 사람이 틀림없어요. 하하. 오늘은 이발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2017. 10. 10(). 송파노인초교 6-5반 BELL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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