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묵스님의 각설이 타령
텔레비전을 켜 놓고 잠이 들었는데 얼마나 잤는지, 잠결에 어떤 스님의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눈을 떠 화면을 보니 화면 좌측 상단에 송광사 금강경 강의, 현묵스님이라고 떠 있었다. 계속 들어보니 잠결에 들었던 것과 같이 내용이 쉽고도 재미있어 웃음이 나오며,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보기 드문 강의라 생각하고 그 강의가 끝난 후 현묵스님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강의 동영상이 많이 검색되었고 직접 볼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강의 하나를 더 들어보았다. 그런데 그 강의 말미에 수행자가 지켜야 할 실천 계율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셨다.
1. 말을 많이 하지마라
2. 음식을 많이 먹지마라
3. 잠을 많이 자지마라
4. 책을 많이 보지마라
5. 돌아다니지 마라
하하. 1번부터 5번까지 다 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 말을 듣고 너는, 아차 전부 다 너의 생활과 상반되는 내용이 많네, 네가 수행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그런데 선뜻 납득이 가지 않네, 하고 생각에 브레이크를 좀 잡아보았다. 너는 강의하느라 말을 많이 하고, 평생학생이므로 많은 책을 수집하여 읽으려고 노력하며, 새로운 체험을 위해 거의 날마다 돌아다니는데 이게 다 잘 하는 일이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긴가민가하며 스님의 부연설명을 들어 보니 1, 2, 3번은 잘 이해가 되는데, 4, 5번은 좀 더 수행자의 입장이 되어야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그러면서 각 조목마다 너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 보았다.
1. 말을 많이 하지마라
대책: 말을 하고 강의를 하되 핵심 내용을 간결 명쾌하게 말하라.
2. 음식을 많이 먹지마라
대책: 적게 먹으면 건강에 좋으니 평소보다 세 숟가락 정도 덜 먹어라.
3. 잠을 많이 자지마라
대책: 나이 들어 그런지 잠이 적으니 잠은 하루에 6-7시간 정도
푹 잤으면 좋겠다.
4. 책을 많이 보지마라
대책: 책을 많이 보면 책바보[看書痴]가 된다는 옛말도 있다. 독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良書를 정독하라.
5. 돌아다니지 마라
대책: 여행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여행지의 선택을 잘하라. 형편이 닿는 대로 해외여행을 더 하라. 평소에 주변을 산책하되 心田을 耕作하라.
하하. 이 새벽에 다른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현묵스님 강의 때문에 또 다른 글을 하나 썼네. 앞으로도 그 스님 강의는 더 들어보고 싶네. 그런데 스님의 오도송은 악보를 무시하는 음치가 노래하는 것 같은데 각설이 타령만큼은 의미와 재미가 다 있더라고. 각설이가 깨달을 覺자에 말씀 說자라고. 하하. 국어사전에는 “却說이: ‘장타령꾼’을 얕잡아 이르던 말”로 나오는데, 그런데 却說이보다 覺說이가 훨씬 고상해 보이네. 2017. 10. 1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