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펌 그리고 의상 디자인
일반 펌은 미용 용어인가보다. 미용실 앞에 붙어 있으니깐. 그런데 너는 미용실 문외한이라 그 의미를 잘 모르겠다. 추측하건대 머리카락을 반듯하게 편다는 뜻 같은데 확신은 안 선다. 폄이라고 했다면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반듯하게 편다는 의미겠는데 펌이라 했으니, 혹시 외래어?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았다. 역시 너의 추측이 완전 빗나갔다. 펌은 영어로 perm이고 더 길게 쓰면 permanent인데 머리모양이 오래 지속되게 파마한다는 말이었다. 하하. 찾아보기 참 잘했군.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너는 너대로 추측 오류를 머금은 채 여생을 소일할 뻔 했지.
너는 펌의 뜻을 알아차린 다음 또 제 2의 추측에 들어갔다. 우리 인생의 스타일도 머리 스타일의 펌처럼 지속적으로 바꿔가며 언제나 예쁘장하게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 변화무쌍한 인생길에서 그래도 퍼머넌트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미소 짓고 산다면 삶이 좀 더 즐거울 것이라는 기대, 이런 기대는 생각만 해도 미쁘다. 그런데 넌 그렇게 파마할 머리카락이 없으니. 하하.
일요일이라는 시간적 특권, 실버라는 무임승차 특권을 믿고 홀로 예술의 전당 “알렉산더대왕이 만난 붓다”전을 관람했다. 전시장은 참 소규모였다. 하지만 자네가 몰랐던 역사적 유물들이 있었다. 사진을 찍고 USB 도록도 구했다. 네가 5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는 “책과 도서관의 문명사”를 정리할 때 참고가 될 것 같아서다.
전시장를 나와 햄버거로 착한 점심을 먹었다. 너의 주변에는 여자 어르신들이 앉아 구태의연 건강관리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특이한 의상을 걸친 아가씨가 지나갔다. 그 의상은 마치 커튼 같았다. 어깨에 속 커튼레이스를 둘렀는데 마치 아래로 벗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느낌. 하하. 파격적 디자인이다. 이제 가을이지만 아직 남국의 햇볕이 쨍쨍한데 거리에 나가면 저 어깨가 얼마나 뜨거울까? 하지만 아무튼 머리스타일을 일반 펌으로 하고 의상스타일은 파격적으로 하면서도 모든 인생의 마음이 일반적(generally)으로 그리고 지속적(permanently)으로 아름답게 정화되시길 기원해 본다. 하하. 2017. 9.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