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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전철학파

전철학파

전철학파소요학파의 응용이다. 네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같이 위대한 학자는 못되어도 평생 학자인 척 하고 다닌다. 어느 소설 제목처럼 척하는 삶이지. 외출 시에 빈손은 허전하므로 한 손엔 책을, 한 손엔 색연필을 들고 다닌다. 그렇다고 무함마드는 절대 닮고 싶지 않다. 너에겐 신 내림도 없고 메시아적 영혼도 전혀 없다.

그런데 요즘 들어 너는 너대로 가냘픈 건강을 믿고 서울 지하철 마그네틱 카드를 믿고 거의 매일 외출을 한다. 너의 소요逍遙 수단은 주로 전철이다. 전철에서 다른 인류들은 스마트폰을 주로 보지만 너는 책 반 스마트 폰 반 골고루 본다. 책을 볼 땐 빨간 펜으로 책에 메모 & 밑줄 치며 보고, 스마트 폰을 볼 땐 글감이나 아이디어를 메모할 때 본다. 그런데 그 재미도 쏠쏠하고 어떨 땐 보람도 느낀다. 집에서는 못 나가던 독서 진도도 조금씩 나간다. 집에 와 전철에서 메모한 스마트 폰을 켜놓고 컴퓨터에 넣는다. 키보드를 뚝딱거리다 보면 말이 되건 안 되건 어느새 한 페이지 글이 된다. 주로 칼럼과 수필이다. 너는 언제부턴가 논문을 쓰지 않는다. 아니 못 쓴다. 그 딱딱하고 허접한, 심사위원 이외에는 읽지도 않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 볼 때마다 생경하게 다가오는 자연과 인문 앞에서 그 때 그때 포착하는 느낌을 받아쓰는 맛이 더 즐겁다.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영어 속담처럼 너는 살아 있는 한 돌아다녀야 녹슬지 않을 것 같다. 돈과 시간이 적어 외국에는 못 나가도 한반도 반쪽 여기 저기 다니면서 접하는 자연과 인문, 거기서 발견하고 느끼는 새로운 역사와 세계적인 생각들, 그걸 적어두는 것이 실버 된 너의 도리다. 지금 당장 누가 읽어주지 않는다 해도 글은 너의 삶이요, 꿈이요, 희망이다. 2017.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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