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식사는 홀로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 훨씬 낫다. 아니 사색 말고는 모든 일을 함께하는 게 좋다. 그래서 “같이 갑시다.”는 참 좋은 말이다. 레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에서 괴한에게 얼굴 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한 이 한 마디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지.
너는 아들들이 자수성가로 살림을 난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 그래서 밥도 혼자 먹고, 산책도 혼자 한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혼자만의 생활이 이제 익숙해졌다. 그런데 학교에 나가는 날엔 강사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 수업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반갑긴 하지만 같이 식사하는 일은 없지. 업무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며칠 전 지난 학기에 너의 강의를 들었던 한 평생학생으로부터 메일이 왔어, 점심을 사겠다는 거야. 이번 학기엔 너의 강의를 듣지 않아 자유로우니 편하게 제안한다면서. 그래서 너도 흔쾌히 그러자고 답장을 보냈지. 반갑기도 하고.
어제 평생학생 4분과 다섯이서 된장찌개로 점심을 먹었지. 평소 자주 이용하는 식당이지만 서로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며 먹으니 밥맛이 더 좋은 것 같았지. 하하. 지난 학기에 그 반의 강의평가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를 기억해 주는 학생이 있어 한 가닥 위안을 느끼며 앞으로 수업에서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계기도 되었지. 하하. 하하. 2017. 9. 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