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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지리의 힘

지리의 힘

네가 지리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역사가 지리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늘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불고기 비빔밥을 배불리 먹고, 교보 아트스페이스에다 벌려 놓은 별을 헤는 밤,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 그림전을 구경했다. 전시장의 규모는 정말 작았지만(tiny & tiny) 그런대로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몇 점은 사진에 담아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염상섭의 삼대가 있나 찾아보다가 에이, 그런 책은 인근도서관에서 빌려보지 뭐, 하며 전철역으로 향하려는 데 지리의 힘이라는 책이 퍼뜩 눈에 띄었다. 그 책을 집어 들고 목차를 살펴보니 지정학에 관한 책이었다. 또 충동적으로 사버리고 말았다. 원 제목은 Prisoner of Geography. 원 제목이 좀 무섭다. 직역하면 지리의 감옥인’이. 그래서 너는 감옥대신 연옥이라고 붙여보았다. ‘지리의 연옥인’. 단테의 신곡이 지옥, 연옥, 천국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옥과 천국의 중간에 있는 옥이 연옥(煉獄)이니 연옥이 우리가 사는 땅에 좀 더 가깝다. 그리고 연옥은 사람이 행동하기에 따라서는 꽤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하.

5호선 전철을 타고 그 책을 꺼내 막 펼치려는 순간 어떤 아가씨가 손뼉을 딱, 치더니 일련의 가장행렬이 나타났다. 열 명 정도는 되어 보인다. 얼굴은 동물 두겁을 쓰고 아래 위는 죄수 복장을 하고 하나 같이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일행인 듯 보이는 노랑머리 아가씨와 잉크머리 아가씨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특이한 광경이라 너도 한번 사진을 찍어보았다. 피켓에는 양심수를 석방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통과하는 사람이 안내문을 돌렸다. 받아보니 전에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좌편향 정치활동을 하다가 재판을 거처 옥살이들 하고 있는 인사들을 석방하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그들도 감옥생활이 어렵겠지. 답답하고. 그러게 같은 하늘아래 같은 땅위에 살면서 나라에 반대하여 법을 위반하면 안 되는 거지. 정의의 보루 법원이 판단한 것이니 그렇게 피켓을 들고 다닌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순간 마음이 답답해온다.

집으로 환송하는 내내 너는 책을 폈다가 메모를 했다가 손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땅위에 인간의 정의는 무엇일까? 정치판은 어찌 좌우로 대립하고 한반도는 어찌 남남갈등에 남북한이 대립하고, 인근 중국과 태평양 건너 미국은 어찌 한반도를 중간에 놓고 으름장을 놓고,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잘 되어가는 한미 FTA를 어찌하여 폐기한다 하고, 도대체 누가 누구를 도와주고, 누가 누구를 방위하고 동맹한다는 건지 요즘 같으면 정말 헛갈려 죽겠다. 우리도 모든 외세를 물리치고 지정학적으로 안전하고 슬기롭게 잘 살수는 없을까? 이제 그 책 제목이 그렇게 붙은 걸 알만하군. 이 세상이 지리는 연옥이라는. 그래서 인간의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는. 정자(政者)들이여!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똑바로 행동하시게 덜20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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