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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불몽선습

불몽선습(佛蒙先習)’

불몽선습동몽선습이라는 책이름을 차용한 제목이다. 동몽선습은 조선 중기의 문신 소요당(消遙堂, 사라질 소, 멀 요, 집 당) 박세무(朴世茂, 1487-1554)가 지은 어린이용 윤리교과서이다. 사서삼경을 공부하기 전에 먼저 습득해야 할 유학사상을 설명한 책이다. 사실 우리 옛 어린이 청소년들이 공부한 기본교과서로는 천자문 千字文, 명심보감 明心寶鑑, 동몽선습 童蒙先習, 격몽요결 擊蒙要訣, 소학 小學등 여러 종류의 책이 있었다. 이 가운데 천자문[주흥사 周興嗣]과 명심보감[범립본 范立本] 그리고 소학[朱子]은 중국 사람이 편집 저술했고, 동몽선습[박세무 朴世茂]과 격몽요결[이율곡 李栗谷]은 한국인 학자가 편집 저술했다. 이들 책들은 한자를 익혀 문맹을 퇴치한 다음 삼강오륜이라는 동양윤리를 읽고 인간됨의 윤리를 실천하게 할 목적으로 교육한 생활인문학 교과서였다.

그런데 오늘의 문명사회 속에서는 이러한 전통사회의 고전들이 漢文으로 되어 있어 배우기 어렵고, 오늘의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지금이 어느 땐데 이 대명천지 21세기에 한문을 배워 어디에 써먹겠나? 노인들이 향수에 젖어 천자문, 명심보감, 소학 등 한자교육 타령하고 있는 게지.” 그런데 여름방학 도서관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을 위한 동양고전 입문강좌를 개설했더니 중학생 8명이 참여했다. 중학생 엄마들 사이에서는 삼강오륜이나 고전 공부에 관심을 가진 분이 꾀 있다는 이야기다. 참 반갑고 고마웠다. 하루 2시간 4일간의 짧은 프로그램이었지만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는 힘찬 박수도 쳐 주었다. 정말 반갑고 기특했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내친김에 이런 기초교재들을 알기 쉽게 안내하는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또 하나 일거리를 찾았다. 오늘에도 동몽선습이 필요하다. 천자문도 필요하고 명심보감도 필요하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답게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중학생 동양고전 입문 프로그램을 끝내고 전철 무전여행에 나서는데 문득 얼마 전에 거리에서 만난 한 우바새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불교도 기초교육을 좀 체계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불몽선습(佛蒙先習)”이라는 책 제목을 상상하게 되었다. 이야기인 즉 며칠 전 운동 삼아 로데오 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어떤 우바새 한분이 접근하여 절에서 나왔는데요, 하면서 절에 다니냐고 물었다. 그래 내심 반가워서 하고 반응하니 어느 절에 다니느냐고 2차 질문을 해왔다. 그래서 화계사에 다닌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니 그분 왈, 그런 절은 과거불을 믿는 곳이니 미래불 미륵부처님을 믿는 절에 나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주를 좀 하라고 했다. 그래서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지 않으니 신수를 봐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2-3천원이라도 시주를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정색을 하고는 불교는 그런 식으로 포교하지 않는다고 말하니 어쩔 수 없는지 그냥 가버렸다. 참 별일도 다 있지. 불교를 빙자하여 거리에 다니면서 저런 구걸행각을 하다니.

이 두 가지 사례를 연결하여 교육문제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떤 교육이든 먼저 기본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동양 윤리에서 동몽선습을 먼저 배우듯이 불교 교육에서도 불교 기본윤리를 먼저 배우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절에서는 불교대학을 개설하여 불교기초, 반야심경, 금강경, 화엄경, 염불, 참선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좀 더 체계적으로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유학에서의 동몽선습과 같은 책을 선정하여 교육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무비스님이 번역한 직지, 한용운 스님이 경전에서 뽑아 핸드북으로 묶은 불교대전등 기본서들을 불몽선습(佛蒙先習) 교재로 적극 활용하면 어떨까? 이 책들이 어렵다면 신세대에 맞는 쉬운 불몽선습(佛蒙先習)을 편집 저술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어디에든 기초 실천교육이 가장중요하다. 2017.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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