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배달민족
우리민족의 별칭은 배달민족이다. ‘배달’이라는 말은 순 우리말로 ‘밝은 땅’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배달민족은 밝은 땅에 사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三國遺事) 고조선 전에는 ‘석유환국(昔有桓國)’ 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예전에 환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의미이며 여기서 환(桓)은 ‘환하다’ ‘밝다’라는 뜻으로 단군의 아버지 환웅천왕(桓雄天王)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그런데 한글이 없던 옛날 한자가 들어오면서 ‘배달’이라는 우리말을 漢字로 음사하여 ‘倍達’로 적게 되었다고 한다. 밝은 땅에 사는 민족이 한자의 뜻으로는 2배로 달통한 민족이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밝은 땅에 사는 두 배로 달통한 민족이 되었으니 그 의미가 한층 더 좋아진 셈이다.
불교 역시 밝음을 지향한다. 부처님의 광명, 부처님은 어두운 우리 인간의 정신세계를 밝혀 광명의 길로 안내하셨다. 그래서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면 희망이 보이고 기쁨이 넘친다. 촛불과 연등은 광명의 상징이다. 경전을 다 읽지는 못해도, 불교를 학자처럼 공부하지는 못해도, 연꽃같이 아름다운 연등을 밝히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며[念佛], 반야심경을 독송하면 어느새 번뇌는 우리 곁을 떠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번뇌의 바다’라지만 부처님의 광명을 마음속에 밝히는 순간 이 세상은 어디든 광명의 땅이 된다.
계절의 여왕 5월, 만물이 광합성을 하며 저마다 아름다운 생명을 마음껏 꽃 피우는 계절, 그 옛날 석가모니(BC 624~BC 544)가 이 세상에 오셨다. 인도는 열대, 아열대 지역이므로 우리와 계절 구분은 다르지만 그래도 5월은 지구촌 어디나 희망의 계절이다. 오래전 세계 불교학자들의 연구 및 합의에 의해 확정된 석가모니의 탄신일은 기원전 624년 음력 4월 8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탄생과 동시에 성불하신 게 아니라 80평생 깨달음과 실천 및 전법을 통하여 불도를 이루시고 열반하셨으니 불교의 기원 연도를 부처님이 돌아가신 기원전 544년(금년은 불기 2561년=2017+544)으로 잡은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서력기원이 예수의 탄생을 기원으로 삼은 것에 비교할 때 연도 책정 면에서도 불교는 합리적 정신을 웅변하는 밝은 종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는 동방의 배달민족답게 3국 시대 때 부처님과 불교를 모셔왔다. 고구려에는 소수림왕 2년(서기 372년) 중국 전진의 승 순도가 불교를 배달했고, 백제에는 침류왕 원년(서기 384년) 중국의 승 마라난타가, 신라에는 눌지왕 때 서역의 승 묵호자가 전했고, 법흥왕 15년(528년)에 정식으로 공인되어 우리 배달민족은 부처님의 광명을 배달하는 밝은 민족으로 거듭 태어났다. 우리민족의 불교사는 정말 위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현존 세계 최고의 목판본 『무구정광대다리니경』, 원효대사의 『대승기신론소』, 세계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고려의 『백운화상초록직지심체요절』, 고려의 위대한 불교 대역사 『팔만대장경』, 조선 세종의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 서산대사의 『선가귀감』, 일제강점기 한용운 스님의 『불교대전』과 『조선불교유신론』 등 책으로만 대략 살펴보아도 우리 배달민족은 불교를 너무나 잘 배달해왔다.
이제 현대를 사는 우리 배달의 후예들도 이러한 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새롭게 우리의 정신에 새기면서 불교의 광명을 전 세계에 널리 배달해야 한다. 본디부터 광명의 땅에 살았으며 부처님의 광명을 받아 열심히 배달해온 우리민족, 이제 다민족, 다종교사회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불교의 광명을 온 누리에 배달하여 종교간 화합을 이루고 세계의 평화를 달성하는 데 배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처님이 오신 이 꽃피는 계절에 우리도 부처님 같이 불교의 꽃을 피워야 한다. 우리가 피울 수 있는 것은 담배, 게으름, 바람 등이 있다지만 그런 부정적인 것은 접어두고 모든 사람이 부처님의 광명을 받아 저마다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우시길 기원해본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화계법보 2017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