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젊은이
머리의 상투와 상투적인 상투는 같을까 다를까? 사전에 보니 머리의 상투는 ‘上頭’라고 나오고, 상투적인 상투는 ‘常套: 늘 하여 버릇이 된 것’이라 나온다. 그게 그건 줄 알았는데 사전을 찾아보지 않으면 착각에 살기 쉽다.
이 두 가지는 이제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아직 둘 다 엄존하고 있었다. 거리를 거닐다보면 예전처럼 머리를 묶어 올린 남성 젊은이가 더러 눈에 보인다. 망건을 안 써서 그런지 예전 어른들처럼 점잔하게 보이지는 않고, 다소 해학적으로 보이는데, 이건 너의 상투적인 생각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도 상투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어려워서 그럴 것이다. 너도 그러하지만.
예를 들어 대학 신입생 군기잡기는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상투적 이벤트다. 나이 차이라야 한두 살, 그런데도 선배라고 소위 갑질을 한다. 젊은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갑질을 스스로는 알아서 잘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대학가에서는 이런 집단통제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를 더러 하고 있다고 한다. 신입생 MT 때 술을 먹지 않아도 되는. ‘인권 팔찌’를 만들어 나누어주고 술을 권할 때 그 팔찌를 내밀면 더 강요하지 않는다든지, 또 막걸리를 머금었다가 내뱉는 행사를 한다든지. 아, 그런데 막걸리를 머금었다 뱉는 것은 좀 추하게 보이네. 돈도 아깝고. 차라리 술 대신 물을 나누어주면 더 깔끔할 텐데.
군대에서는 군대에 맞는 군기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대학이나 사회에서는 그 사회에 알맞은 윤리 질서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 윤리 질서란 상투적인 것이 아니라 이 쾌적한 봄날처럼 늘 희망적이고 참신한 아름다운 질서라야 한다. 2017. 4.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