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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실버 자격증

실버 자격증

지난 월요일(2017. 4. 3.) 가락동동사무소에서 서울특별시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았다. 전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현금카드다. 너는 어르신이라는 호칭을 이제 공식적으로 듣게 됐다. 하하. 어떤 어르신은 이 카드를 받으면 기분이 이상하다고 하던데 너는 웬일인지 기분이 좋다. 첫 아들을 낳았을 때의 기분처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철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무료로 갈 수 있다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하하. 너는 이 즐거움을 못 참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공개를 한다.

사실 거리에 나서면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이 많다. 몸의 균형이 이지러지고, 걸음의 속도가 느리며, 여자어르신들은 유모차에 기대고 다니기도 한다. 경로당 앞에 유모차들이 많은 것은 아가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곳이 여자노인들의 쉼터라는 뜻이다. 하하. 통계청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748일 현재 65세 인구가 13.8%, 금년 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이다.

너는 약간의 경각심을 가지고 샤워를 하며 바디를 거울에 비쳐보았다. 샤워를 할 때마다 거울을 보기는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신경 쓰며 봤다. 얼굴엔 주름이 늘어가고 머리카락은 65%가 빠진 듯한데, 몸통에는 주름이 별로 없네. 하하. 늙은이 뱃가죽이 아니라 팽팽한 뱃가죽이. 이승만 대통령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노인의 목소리를 모사해 보며, 다시 제목소리를 들어본다. 목소리도 아직은 젊은 느낌. 그래, 자격증은 나왔지만 너는 아직 실버가 아냐. 이 자격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며 겨레와 인류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할 거야. 인생은 65세부터. 집에 있는 아령(啞鈴我靈) 한 쌍을 들어본다. 하하. 2017.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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