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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김유정 문학촌

김유정 문학 촌

일요일 아침 일찍 서울 상봉역에서 춘천행 열차를 탔다. 소문으로만 듣던 김유정 문학 촌을 가기 위해서다. 너는 아직 만 65세 생일이 도래하지 않아 어르신 교통카드는 사용하지 못했다. 상봉역, 아침 740, 춘천행 열차는 만원이었다. 가평역에 이르니 승객들이 많이 내린다. 좋은 등산코스가 있나보다. 실버가 청춘보다 훨씬 많다. 인구학 도서 정해진 미래를 읽다말다 하며 고령사회를 실감해본다. 다들 등산복 차림인데 너만 신사복 바지에 잠바, 그리고 구두를 신었네. 하하. 9시 쯤 김유정 역에 내렸다. 햇살은 따스한데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휑하다.

여기 저기 천천히. 전시관도 보고, 생가도 보고 김유정이라는 문인의 삶을 살펴보았다. 1908년생인데 29세에 돌아가셨다니 참말로 문인박명인가? 여기 저기 사진을 찍으며 예전 산골 너희 집 앞에 있던 바로 그 동백나무를 만났다. 그 나무는 생강나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데, 동백나무라고도 한다는 부연 설명이 붙어 있다. 그 열매 기름을 동백기름이라 하는데 예전에 어머니가 머릿기름으로 사용하셨던 기름이다.

사람들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아 천 원짜리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책과 인쇄박물관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가게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으니 경상도 말로 잘 안내해 준다. “여기는 춘천인데 어째 경상도말을 하느냐고 시비를 걸고 나서, 책 박물관으로 고고! 흙길을 밟으며 풀꽃을 감상하며 한 500미터를 걸어가니 제법 큰 현대식 3층 건물에 책 박물관 간판이 보인다. 이 시골에 책 박물관? 의외다. 아직 관광객은 나 홀로, 입장료가 5,000원이란다.

박물관 1층에는 주로 활자와 인쇄기계들이 있었다. 활자와 옛 인쇄기들이 저렇게 많은 걸 보니 아마 큰 인쇄업을 하던 분이 늘그막에 이곳에 터를 잡은 것 같은 느낌. 2층에는 고서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고, 3층에는 근현대 교과서와 문학작품 딱지본, 동인지 및 잡지들이 많았다. 예전에 유행하던 1장짜리 미인달력도 있고, 전화기, 타자기, 재봉틀, 주판, 풍금 등 교재교구와 잡동사니들이 즐비한데 이제 다 용도 폐기되어 박제된 물건들이다.

책 과연 이대로 좋은가? 저런 고전들도 좀 현대적으로 살려 낼 수는 없을까? 저렇게 박물학적으로만 취급하지 말고 고전 현대화 작업을 통하여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그 사회적 역할을 다하게 할 수는 없을까? 우리는 문명인을 자처하면서 문명의 역사를 홀대하는 모순을 안고 살고 있다. 책과 인쇄술이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거늘, 책과 도서관의 사회사적 의미를 모르고 이렇게 무지한 한 인간으로만 머물 것인가? 책을 하나 구상해 본다. 책은 오래된 미래라는 힌트를 가지고 책과 평등의 미래사를 써볼까. 하하.

너의 문정인문학도서관에 오니 310. 구경 한번 잘했네. 땀난 너의 바디를 샤워하고 방바닥에 클 태()자로 누우니 이 편한 세상. 몸에 아무것도 달려 있지 않은 것 같은 무감각의 평화가 스르르 단잠을 내린다. 한 시간 후 맛있는 현미밥을 했다. 2017.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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