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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부처님 교향곡

부처님 교향곡

3월엔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대자연이 온 생명의 희망으로 꿈틀대는 봄, 우리도 초록의 희망을 품고 부처님의 교향곡을 배우고 싶다. 그런데 부처님도 음악을 좋아하셨을까?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 불교음악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 계셨던 기간은 BC 624~544으로 당시에는 불경이 성립되지 않았고 구두로만 설법을 하셨다니 음악이 있었다 해도 기록으로 전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소카왕(BC 268~232 재위)과 카니시카왕(AD 140~170 재위) 때는 불교의식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도 AD 800년경 신라 때 범패(梵唄)라는 불교 음악이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을 보면 불교음악은 오래전부터 불교의식행사에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절에 가서 스님들의 독경소리나 염불소리를 들으면 사실 음악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전을 단순하게 낭독만 하는 것 보다는 고저장단을 적절히 섞어 목탁을 치면서 시조를 읊조리듯 독경하면 마치 장엄한 노래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어떨 땐 목탁을 하나 사서 불경을 노래처럼 불러볼까 하는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경전을 큰 소리로 노래하듯 독경하면 시청각 효과가 나타나 경전의 심오한 의미를 더 잘 새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졸음이 올 여유를 주지 않아 일거양득일 것 같다.

일반 음악에서도 서양음악이건 동양음악이건 화음은 필수이다. 악기의 조율부터 시작하여 제창, 합창, 나아가 교향악과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화음은 음악의 최고선이다. 그래서 음악은 훌륭한 통섭의 인문학이다. 예로부터 음악이 빠진 인문학은 없었다. 서양음악은 서양 인문학을 대표해왔고, 공자도 세종대왕도 음악을 사랑하는 동양인문학을 즐겼다. 종묘제례악, 궁중음악, 국악, 판소리, 민요, 동요에 이르기까지 음악은 우리의 삶에 언제나 즐거움과 평화를 선사했다. 그런데 일반 음악에서는 음악가가 좀 이상한 길을 걷기도 했다. 음악을 예능 기술적으로만 익히고 인문학적 소양을 연마하지 않아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근래 그런 예능인이 더러 있었다.

불교와 음악의 만남은 정말 환상이다. 불교는 삶의 화음을 지향한다. 불교는 중생을 완성된 인격의 길, 부처의 길로 인도하는 종교라 할 수 있다. 불교는 단지 독경과 염불의 기능만을 가르치지 않고, 부처님의 인격적 화음을 가르친다. 모든 중생들이 다 삶의 원력을 성취하고, 한데 어울려 서로 돕고 교류하며 현생을 아름답게 살아내고, 세계평화를 이루게 하며, 그 공덕으로 훌륭한 니르바나를 맞기를 서원한다. 수많은 게송을 외우고 노래하며 진리를 깨닫고, 독경을 웅대하게 제창하고, 아름다운 찬불가를 부르면서 불자들은 부처님의 법성을 온 누리에 전파한다. 단지 겉모습으로만, 의상으로만의 불자가 아니라 불자라면 누구나 내면 깊숙이 평화의 불심을 간직하고 불경을 독경하여 소프라노는 소프라노로, 바리톤은 바리톤으로, 가야금은 가야금으로 그렇게 조화로운 화음을 전파해야 한다. 부처님도 아마 그런 세계불교교향악단을 지휘하고자 하셨을 것 같다. (화계법보 2017.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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