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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훈민정음을 오늘에 되살려

훈민정음을 오늘에 되살려

국립 한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전에 가보았다. 국립 박물관의 전시치고는 규모가 작았지만 아기자기한 느낌은 들었다. 우리나라가 전시 면에서는 선진국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요즘 전시는 정말 파격이다. 그런데 한글 디자인전을 보고는 어딘지 좀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디자인 전시 그 자체에서가 아니라 훈민정음의 내용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지금 충분한가 하는 회의 때문이었다.

우리의 인문교육과 연구풍토에서 느껴지는 것은 어떤 사안에 대한 본질적 내용 연구보다는 겉으로 들어나는 외형에 치중하여 전시 및 홍보효과만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직지심체요절도 형태서지학적, 인쇄 문화사적 의미 홍보에 진력한 나머지 직지가 담고 있는 본질, 그 내용을 연구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훈민정음도 그 내용을 읽고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자들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훈민정음 28자에서 4자가 없어졌는데도 이에 대한 연구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어 뜻 있는 언중은 매우 답답하다.

최근 재야 학자 일각에서는 없어진 4글자에 대한 복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4글자가 살아 있다면 그리고 예전의 표기법을 살린다면 우리가 현재 발음하기 어려운 F, V, TH 발음과 음성으로는 낼 수 있어도 글자로 쓸 수 없는 우리 소리들을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모든 발음을 적을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만들어 놓은 글자를 일부 없앴다는 것은 훈민정음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기에 잘 못한 일이다. 우리말과 글을 언어학적으로 연구하여 어린 백성이 편하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훈민정음 창제의 기본 정신 아닌가.

디자인이 예술이라 아름답긴 하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얼굴이 아름다운 것과 인성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처럼. 그렇다고 아름다움을 무시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외모나 디자인을 두루 아름답게 가꾸되 그 내면의 본질도 더욱 충실하게 가꾸어 디자인과 본질이 다 아름답고, 외모와 인성이 다 아름다운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 아닐는지. 과학기술과 산업은 인공지능으로 약진하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인문학도 인간의 언어문화와 인간성의 본질을 가꾸는데 배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7.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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