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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국어가 힘들어질 때

국어가 힘들어질 때

 

오늘 문정로데오거리를 거닐다가 마주 오는 한 청춘 남녀의 대화를 무심코 들었다. 여성의 소리가 커서 저절로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존나, 장난식도 아니구 진지빨 보여!”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우선 여성의 입에서 존나가 뚜렷하게 나왔을 뿐 아니라 뒤에 나오는 말뜻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물론 토막말을 듣고 그 의미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인 이상 토막말이라도 그 대강의 뜻은 저절로 알게 되어있는데. 그런데 존나이외에는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10분 정도 곰곰 생각하다보니 대략 이런 뜻 같았다.

 

(누구를 만나 대화를 하는데) “아주 장난치는 식은 아니고, 진지한 것처럼 보였어.”

 

하지만 아직 확신은 안 선다. 요즘 들어 젊은 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구세대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우선 외국어를 섞어서 많이 쓰고, 약자, 은어, 신조어를 많이 쓴다. 그래서 잘 몰라서 물어보면 당사자도 그 어원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세월이 가면 언어는 변하게 되어 있다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언어 변화는 너무 혼란스럽다. 너는 그래도 날마다 신문을 보고, 방송을 시청하고, 책을 읽고, 학교에서 젊은이들을 만나 소통을 하고, 이렇게 젊게 사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말로 인해 가끔 불편을 느낀다. 언어가 변하더라도 품위는 좀 유지해야 할 텐데. 너무 막나가는 것 같아서 씁쓸하고 걱정도 된다. 종교와 종교인이 다르듯이 국어와 사용자도 다른가보다. 너의 생각에 의하면 종교는 품위가 있어도 종교인이 품위가 없으면 종교의 품위도 덩달아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국어는 품위가 있어도 국어사용자가 품위가 없으면 국어의 품위도 덩달아 떨어질 것이다. 언어교육은 인성교육이다. 개혁이 필요하다. 2017.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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